경남 고성과 하동, 경북 의성은 과거에 공룡천국이었다고 한다. 약 1억 년 전의 얘기다. 50만 년 전에 현생 인류가 나타났다. 공룡이 사라진 이 땅에 처음 누가 어떻게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세계문명사를 보면, 청동기시대로 말할 즈음 그리스 남단의 섬 크레타에 번성한 문명이 있었다. 아직 연구 선상에 놓여있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 중국 홍산에 엄청난 문명이 존재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전설이 역사적인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에 있긴 하다. 우리의 단군이 기원전 2333년에 실재했다고 믿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울산의 태화강 강변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 선사시대의 시간 한 쪽을 기록한 흔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래 사냥에 대한 기록을 가진 나라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소중한 것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2000년 12월 전북 고창군 전역에 분포하는 고인돌 447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고인돌은 중요한 사람이 관련될 수 있는 사회적 징표 가운데 하나인데, 그것이 귀인의 묘석이라기보다 천손들이 사용하는 제석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거석문화의 상징인 이 고인돌이 세계 곳곳에 있지만 4분의 3 이상이 우리나라에 집중되어 있다는 게 놀라운 사실이다.

기원전 18년 일어났다가 660년에 망한 백제(百濟), 비슷하게 출발하였으나 935년에 망한 신라는 천년을 버텨내지 못하였다. 고려(高麗)는 918년에 태조 왕건이 건국하여 공양왕의 치세 시기까지 겨우 474년간 존속되었는데, 1392년 당시 실권자였던 수문하시중 이성계의 정변에 휩쓸려 멸망하였다. 이처럼 국가를 지키는 것이 왜 어려운가?

이 땅에 스치고 지나갔던 지난 약 2000년 동안의 흥망성쇠를 생각해 본다. 슬픈 것은, 오랜 역사는 고사하고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확인한 몇 십 년 전의 일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는 사실이다. 진실이 빠져나간 기록은 더러운 냄새를 풍긴다. 온전한 시간의 기록을 담은 역사는 무취여야 한다.

새 정부는 실종된 민주 정신을 바로 세우려 노력함과 아울러, 잃어버린 왕국이자 철기 문명의 꽃이었던 가야(伽倻)의 시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혜로운 자는 무취의 흔적에서도 소중한 것을 얻는다. 흥망의 흔적이 무엇을 의미할지, 다음 세대의 누가 남은 조각을 가지고 희망을 엮어낼지 궁금하다. 연용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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