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약창] 어떤 음료 경우 약효 지장 초래하기도
그런데, 약 성분에 따라 약 성분을 녹이기에 맹물보다 더 유리한 액체도 있다. 기름은 물보다 기름에 더 잘 녹는다. 약 중에는 기름 형태의 약도 있다. 비타민A, 비타민E, 오메가3 등이 대표적인 기름 형태의 약 성분이다. 이런 기름 형태의 성분을 약으로 만들 때는 대개 연질캡슐 제형으로 만든다. 이런 기름 형태의 약 성분을 녹이려면 물보다는 기름이 더 유리하다.
우유는 물에 기름 성분(유지방)이 고루 퍼져있는 액체이다. 그래서 기름 성분은 물보다 우유에서 더 잘 녹는다. 매운 음식을 먹고 입 안이 얼얼할 때 우유로 입 안을 헹구면 매운 것이 쉬 가신다. 기름 형태인 매운 성분을 우유가 녹여 씻어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질캡슐 안에 들어있는 기름 형태의 약 성분은 맹물보다 우유로 삼켜야 약 성분이 더 잘 녹아서 약효도 빨리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우유로 삼키면 좋지 않은 약도 있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는 우유로 삼키면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빈혈약(철분제)도 우유로 삼키면 안 되고, 장에서 녹아야 하는 변비약 등 장용성 제제, 소화제 종류, 또 약이 서서히 녹아서 약효가 오래 이어져야 하는 서방성 제제도 약알칼리성인 우유로 삼키거나 제산제와 같이 먹으면 안 된다.
약 중에는 금속 성분의 약도 있다. 철분, 칼슘, 마그네슘 등이 금속성분인데, 이런 금속성분은 맹물보다 산성의 물에 더 잘 녹는다. 따라서 이런 금속성분을 보충하는 약은 맹물보다 오렌지 주스 등 산성의 음료로 마시면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 오렌지 주스 등 산성 음료로 삼키면 좋지 않은 약도 있는데, 그런 예로 제산제 종류를 들 수 있다. 제산제에 들어있는 알루미늄 성분이 뇌에 쌓이면 치매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일부 고혈압약, 일부 항생제, 일부 고지혈증약 등은 자몽 주스와 같이 먹으면 안 된다. 그러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대부분 자몽 주스와 같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
음료 중에서도 약 성분과 반응해서 약효에 지장을 주는 것이 있다. 빈혈약인 철분제를 커피, 홍차, 녹차 등과 함께 먹으면 차에 들어있는 타닌 성분 때문에 철분제의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 홍차, 에너지드링크, 콜라, 초콜릿 등을 카페인이 들어있는 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 종류와 먹으면 카페인을 많이 먹게 돼 좋지 않다. 일부 코감기약이나 식욕억제제 중에도 이런 카페인 함유 음료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이런 것이 복잡하면 약은 그냥 물로 삼키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이때 물의 온도는 체온과 비슷하게 미지근한 것이 가장 좋다. 약을 삼킬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어지간한 위장장애는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같이 먹으면 약효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약이나 음식이라도 2시간 이상 시간 간격을 두고 먹으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약효가 더 잘 나타나게 약을 먹으려면 약사에게 문의해야 한다. 정일영 십자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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