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약창] 어떤 음료 경우 약효 지장 초래하기도

약은 물로 삼키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그런데 물이 약을 삼키는 용도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인체에서는 여러 생화학반응이 일어나 세포가 움직이며 생명이 유지된다. 이런 생화학반응에는 물이 필수이다. 약은 이런 생화학반응에 관여해서 약효를 내므로 약은 물로 삼켜야 한다. 또한 물에 녹은 약 성분은 핏속으로 들어가 세포로까지 가야 약효가 나타난다. 약 성분이 핏속으로 들어가려면 핏줄을 뚫어야 하는데, 이때는 약 성분의 크기가 작아져야 더 유리하다. 그러려면 물이 많아야 더 유리하다 그러므로 약을 삼킬 때는 대개 물을 많이 마셔야 좋다.

그런데, 약 성분에 따라 약 성분을 녹이기에 맹물보다 더 유리한 액체도 있다. 기름은 물보다 기름에 더 잘 녹는다. 약 중에는 기름 형태의 약도 있다. 비타민A, 비타민E, 오메가3 등이 대표적인 기름 형태의 약 성분이다. 이런 기름 형태의 성분을 약으로 만들 때는 대개 연질캡슐 제형으로 만든다. 이런 기름 형태의 약 성분을 녹이려면 물보다는 기름이 더 유리하다.

우유는 물에 기름 성분(유지방)이 고루 퍼져있는 액체이다. 그래서 기름 성분은 물보다 우유에서 더 잘 녹는다. 매운 음식을 먹고 입 안이 얼얼할 때 우유로 입 안을 헹구면 매운 것이 쉬 가신다. 기름 형태인 매운 성분을 우유가 녹여 씻어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질캡슐 안에 들어있는 기름 형태의 약 성분은 맹물보다 우유로 삼켜야 약 성분이 더 잘 녹아서 약효도 빨리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우유로 삼키면 좋지 않은 약도 있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는 우유로 삼키면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빈혈약(철분제)도 우유로 삼키면 안 되고, 장에서 녹아야 하는 변비약 등 장용성 제제, 소화제 종류, 또 약이 서서히 녹아서 약효가 오래 이어져야 하는 서방성 제제도 약알칼리성인 우유로 삼키거나 제산제와 같이 먹으면 안 된다.

약 중에는 금속 성분의 약도 있다. 철분, 칼슘, 마그네슘 등이 금속성분인데, 이런 금속성분은 맹물보다 산성의 물에 더 잘 녹는다. 따라서 이런 금속성분을 보충하는 약은 맹물보다 오렌지 주스 등 산성의 음료로 마시면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 오렌지 주스 등 산성 음료로 삼키면 좋지 않은 약도 있는데, 그런 예로 제산제 종류를 들 수 있다. 제산제에 들어있는 알루미늄 성분이 뇌에 쌓이면 치매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일부 고혈압약, 일부 항생제, 일부 고지혈증약 등은 자몽 주스와 같이 먹으면 안 된다. 그러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대부분 자몽 주스와 같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

음료 중에서도 약 성분과 반응해서 약효에 지장을 주는 것이 있다. 빈혈약인 철분제를 커피, 홍차, 녹차 등과 함께 먹으면 차에 들어있는 타닌 성분 때문에 철분제의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 홍차, 에너지드링크, 콜라, 초콜릿 등을 카페인이 들어있는 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 종류와 먹으면 카페인을 많이 먹게 돼 좋지 않다. 일부 코감기약이나 식욕억제제 중에도 이런 카페인 함유 음료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이런 것이 복잡하면 약은 그냥 물로 삼키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이때 물의 온도는 체온과 비슷하게 미지근한 것이 가장 좋다. 약을 삼킬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어지간한 위장장애는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같이 먹으면 약효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약이나 음식이라도 2시간 이상 시간 간격을 두고 먹으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약효가 더 잘 나타나게 약을 먹으려면 약사에게 문의해야 한다. 정일영 십자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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