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오지희 교수
오지희 교수
지난달 27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제69회 정기연주회는 가족의 소중함, 특별히 엄마와 딸의 소통과 이해에 초점을 맞춘 음악회였다. 작년에 이어 연속적으로 가족이 갖는 의미를 음악으로 풀어내고자 시도한 지휘자 천경필의 아이디어는 2부에서 영상을 곁들인 서사적 묘사로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사랑과 자비가 있는 곳에 신이 계시다는 평화로운 메시지로 음악회 문을 연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음악적 역량에서 감지됐다. 상대적으로 다소 완성도가 높지 않았던 작년 무대와 달리 이번 음악회는 지휘자와 합창단의 의욕과 열기가 실제 음악과 연출로 직결돼 관객에게도 음악, 이야기, 감성이 어우러진 한편의 음악극을 보는 듯한 무대를 선사했다.

전반부의 구성은 서정적인 곡 위주로 편안함과 유쾌함이 주 콘셉트였다. 합창단의 고음영역과 클라이막스의 힘있는 울림은 인상적으로 다가왔으며, 정확한 발성과 깨끗한 음색은 합창음악 특유의 풍부한 정서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때로 곡의 난이도에 따라 독창자의 음정이 불안정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코러스의 맑은 음향은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본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단지 언어와 음향이 결합한 합창음악의 특성상 외국어가사의 경우 무대 자막으로 가사가 전달됐더라면 더욱 음악적 효과가 배가 됐을 것이다.

음악회 주제로 선택된 `엄마가 딸에게` 제목은 전체 이야기 흐름의 중간부분을 차지하는 하이라이트였다. 엄마와 딸의 갈등이 내재된 대화를 서정적인 선율과 랩이라는 대립구조를 이용해 쉽게 소통하기 힘든 상황을 암시한 것과 청소년들이 즐겨 부르는 랩의 장르를 사용해 딸의 마음을 표현한 것은 참신한 시도였다. 아울러 아버지 부분에서 첼로가, 엄마 부분에서 바이올린이 등장하는 등 각각의 악기는 인격을 대변하는 형태를 띠었다. 타악기가 합창과 다소 겉돈 아쉬움도 있었지만, 가족사진 영상을 사용해 이야기 구조와 조화를 이룬 자연스런 기획은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무대로 이끈 주 요인이었다.

그 결과 이번 정기연주회 의의는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향상된 음악적 역량과 스토리가 지닌 진정성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결합해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가정의 소중함이나 가족 간의 소통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소재도 얼마든지 참신한 콘텐츠로 감동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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