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얼마 앞두고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려왔다. 얼마전 대선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고, 거의 모든 방송, 신문, 출판 매체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당연시하고 그에 대한 담론이 무성한 것을 보면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이미 보편화된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정말로 얼마나 알고 있고 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4차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증기, 전기, 그리고 컴퓨터시대가 지나가고 지능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거나 3D 프린팅,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여러 분야의 신기술 발전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공상과학 세상이 머지않아 현실로 등장할 것이다. 인간이 주체였던 1,2차 산업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은 더 넓은 범위에 더 빠른 속도로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1,2차 산업혁명의 자동화 기계는 정해진 방식대로 고장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이 관리 조절하는 반면, 4차혁명의 스마트한 기계들은 반복된 일을 하면서도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것으로 인간 뇌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다. 그 예로 며칠전 알파고가 중국기사와 바둑을 두어 이기는 것도 이세돌과 바둑을 두면서 쌓은 경험과 정보를 응용, 스스로 컴퓨터가 학습을 하여 실력을 키운 것이라고한다. 며칠전엔 중국의 유명한 5명의 기사로 구성된 "사람팀"과도 바둑을 두어도 쉽게 이겨버린다. `터미네이터`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리는 세상인 것이다.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많은 발전이 있어왔고 이는 수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닥쳐올 큰 변화는 우리나라의 발전에 있어 늘 문제가 되었던 불균형의 발전이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든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핵심 논란 중 하나는 일자리에 관한 것이다. 인공지능과 지능정보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이것은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전문직을 포함한 노동 성격의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여러 직업 중에서도 의료계, 법조계, 언론계 등 모든 분야의 소위 엘리트 전문직은 전문지식과 특별한 교육과정 및 일정한 국가자격을 바탕으로, 그 어느 직종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와 독점권을 누려왔으나 온라인 기반으로 지식이 대중화되고, 첨단기술이 인간의 뇌와 기술을 대체하는 시대에 전문직이라고 해서 이런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나의 직업인 의사 역시 친절하고 유능한(?) 로봇과 컴퓨터들이 진단, 처방, 수술뿐 아니라 간호역할까지 할 것이다. 최근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이미 미국의 수십 개 병원에 공급되어 있고 영국의 가이즈앤드세인트토머스병원(Guy`s and St. Thomas Hospital)에서는 로봇이 의사들을 보조하며 수술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다빈치라고 불리우는 일종의 로봇수술이나 어려운 뇌종양의 치료에 컴퓨터 기술이 중심인 치료기술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구식이 될 정도의 엄청난 발전이 있다. 지금까지 의학교육은 암기 위주의 교육이 우선되며 그 이후 전문의 수련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임상 경험을 선배로부터 배우며 자기만의 의료방법을 배우게되는 학문이었다. 앞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하게 되면 암기가 필요 없을 것이고 또 로봇의 숙련된 기술을 거꾸로 인간이 배워야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의술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의료 기술이 아니라 환자와 대화하고 설령 허리가 아프신 분들도 마음의 안정을 갖게 끔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데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오로지 의료기술만이 강조되는 세상이 될 것 같은 불안함 마음도 든다.

똑같은 허리 디스크도 의사마다 경험과 배운 지식에 따라 치료 방법에 차이가 있다. 또 환자의 직업, 나이 등 여러 가지 외부요인 등도 환자의 치료방법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점이지만 컴퓨터나 로봇에 입력된 동적이면서도 무감각한 정보들로 허리디스크 환자를 치료한다면 의사의 의견과 다른 치료방법과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글쓴이는 지금까지 많은 허리디스크 환자를 수술했지만 환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똑같은 환자는 거의 없었다. 이렇기에 수술에 대한 경험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학교육과정에서의 인문분야, 사회분야의 교육 등 인성교육도 더 의미가 없어지고 해부학, 조직학 같은 기초학문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한 빅데이터 처리 교육 등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또한 병원의 많은 인력이 필요 없어진다. 오로지 중심 센타에서 로봇만을 조정하는 유능한 기술자만 있으면 병원의 행정, 간호, 심지어 의사의 역할까지 대체될 것이다. 다른 전문직들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의 세상이 전문화시태이고 각 대학마다 특성화 사업이 한창인데 앞으로는 통합 전산관리 등으로 역으로 비전문화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한다. 소수의 관리자가 나라의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고 관리하니 인간이 꼭 로봇처럼 활동해야하는 삭막한 세상으로 변화됨을 걱정해본다.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가 늘 균형적 발전을 가져올 수 없고 오히려 사회경제의 갈등을 조장하는 불균형적 발전이 더 강조될 듯 싶다. 지금도 노동계급과 지배계급으로 나누어지고 지역불균형도 아직은 해결되지 못하는 시기에 이러한 4차산업혁명의 시작은 또 다른 계급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혹자는 과거 수직적 사회구조가 수평적이면서 평등한 구조로 변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의료 영역만 보더라도 지금의 의료계 문제가 지속되거나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세상의 큰 흐름이고 부정적인 점보다는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의 변화에 뒤따라기보다는 선두에 서야하는 것은 필연적 사회요구인 듯하다. 경제발전이 최우선과제이었기에 앞을 보고만 달려왔다. 이제는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으로서의 위치에 서있다. 다른 분야는 차지하더라도 의료분야에서는 기술만 발전해서는 아니 되고 제도를 이루는 의료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 등 법규의 변화가 연구되고 개발되어 뒷받침을 해주어야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진단이나 새로운 기술에 의한 의료에 대해 건강보험이 수가로 뒷받침을 해주지 않거나 그 결정이 늦어지면 우리는 언젠가 선진국에 비해 수십 년 뒤쳐진 의료 후진국으로 전락이 예측됨으로 최소한의 규제만을 남기고 새로운 산업과 융합적인 사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정치적, 사회적 준비가 있어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부터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

법과 규제의 개선 방향도 알파고와 같은 컴퓨터가 결정하는데로 따라가야하는 세상이 될 듯 싶다. 양준영 대전베스트정형외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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