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의 역사는 자동차 역사와 궤적을 함께 해왔다. 자동차가 탄생한 19세기 말은 명확한 기술에 대한 기준이 없던 시대였다. 많은 회사들이 `자동차`라는 첨단기계분야에 뛰어들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보여줄 무대가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당시 가장 효과적인 전람회가 개최되었다. 1897년 독일자동차협회는 독일의 경제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자동차전시회(Auto Ausstellung)를 열었고, 이듬해에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자동차전시회(Salon de l`automibiles)가 열렸으며, 미국에서는 자동차딜러협회에서 자동차전시회(Auto Show)를 열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파리 오토살롱 그리고 디트로이트 오토쇼가 시작되었다.

자동차산업의 변방이던 아시아에서는 1954년 전일본자동차쇼로 출발해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와 함께 이름을 바꾼 도쿄 모터쇼가 거의 유일했다. 1985년 상하이를 시작으로 베이징 등 중국에서 모터쇼가 열리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1995년 서울모터쇼를 처음 열고 그 후 서울모터쇼는 세계자동차제작자연합회(OICA)의 공인을 받은 국제모터쇼로 성장했다.

자동차기술을 주도했던 독일의 영향으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는 `테크니컬 쇼`라는 별칭이 붙었고 파리 오토 살롱은 시판차 중심의 모터쇼 성격을, 스위스는 개최국의 텃세가 없는 `가장 중립적인(?) 모터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오토쇼는 명칭이 북미국제오토쇼로 바뀌었지만 미국 자동차산업의 쇠락과 함께 지역 모터쇼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상용차 박람회인 `현대 트럭 & 버스 메가페어`(Hyundai Truck & Bus Mega Fair)가 이번 주에 개최되었다. 무공해 친환경 전기버스인 `일렉시티`(ELEC CITY)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총 190대의 상용차 전시와 더불어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테마파크 방식의 전시회이다. 계약 후 6개월 이상 대기했다 차량을 인수받던 상용차 시장의 특성상 고객의 의견을 듣는다거나 모터쇼를 통해 소비자를 설득할 필요성을 못 느끼던 분야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대우받기 위한 시작인 것이다.

모터쇼는 단순한 볼거리의 이벤트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자동차 정보를 한 자리에서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구매와 이어진다. 따라서 자동차회사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기술과 제품을 과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은 현재의 상품에 머무르지 않는다. 컨셉트카 등을 통해 가까운 미래의 기술을 미리 보여주고, 새로운 트렌드를 통해 소비자들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대중매체가 발달하고 최근 SNS의 영향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자동차에 대한 정보나 기술력 등을 굳이 한 무대에 모아 보여주는 모터쇼의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타보고 체험하는 것은 판매·홍보 이상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앞으로도 모터쇼는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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