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피아졸라 신드롬에 대해 글을 쓰던 중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바로 `한국의 클래식 시장에서만 두드러지는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것이다. 사실 내가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독주회`라 하면 어떤 특정 연주자가 단독으로 연주회를 여는 `말 그대로 독주회`이고, `협주회` 역시 `말 그대로 협주회`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클래식 시장에서는 다양한 음악 행사들을 `열정의 밤(Night of Passion)`, `스페인에서의 로맨스(Romance in Spain)`와 같이 특색 있는 타이틀을 붙여서 열고 있었다. 또한 반짝이는 광택으로 출력된 연주회 포스터에는 멋진 헤어스타일을 한 남성 연주자와 헐리우드 디바에게 걸맞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 연주자가, 예술가인지 코미디인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한국 예술계는 이런 일관된 특성을 보여주는 것일까? 물론 나는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추측해보자면 이는 `유교적 관념` 때문일 것이다. 유교적 관념에는 `계급`, `순종`, 그리고 (아마도 가장 주된 이유로 꼽힐 듯한) `획일성`이 요구된다. 특히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획일화에 대한 강박관념이 오늘날 예술계에도 적용되어 이 같은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예술가들은 이런 `획일화`에 대한 압박 속에서 야수성, 구속 받지 않는 자유로움, 열정, 공상, 그리고 카리스마와 같은 내면의 본능을 스스로 억제시키며 `획일화의 틀`에 자신을 가뒀다.

한편 19세기 외세에 의해 억압받던 유럽의 국가들은 자주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변혁을 추구했다. 당시, 예술가들은 `예술`을 통해 그 시대 흐름에 동참했다. 즉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용모부터 행위까지 변화를 꾀하였던 것이다. 파가니니와 리스트가 그 대표적인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이 두 예술가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난 후, 다른 수많은 예술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들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결국 비획일성이 또 다른 새로운 획일화를 낳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획일화 현상 역시 점진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상으로 한국 예술계의 독특한 특징과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획일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국 예술계에서 `획일성`은 부인할 수 없는 큰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 역시 19세기 유럽의 뒤를 이어 `획일성`을 극복하고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건반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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