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예술계는 이런 일관된 특성을 보여주는 것일까? 물론 나는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추측해보자면 이는 `유교적 관념` 때문일 것이다. 유교적 관념에는 `계급`, `순종`, 그리고 (아마도 가장 주된 이유로 꼽힐 듯한) `획일성`이 요구된다. 특히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획일화에 대한 강박관념이 오늘날 예술계에도 적용되어 이 같은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예술가들은 이런 `획일화`에 대한 압박 속에서 야수성, 구속 받지 않는 자유로움, 열정, 공상, 그리고 카리스마와 같은 내면의 본능을 스스로 억제시키며 `획일화의 틀`에 자신을 가뒀다.
한편 19세기 외세에 의해 억압받던 유럽의 국가들은 자주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변혁을 추구했다. 당시, 예술가들은 `예술`을 통해 그 시대 흐름에 동참했다. 즉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용모부터 행위까지 변화를 꾀하였던 것이다. 파가니니와 리스트가 그 대표적인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이 두 예술가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난 후, 다른 수많은 예술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들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결국 비획일성이 또 다른 새로운 획일화를 낳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획일화 현상 역시 점진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상으로 한국 예술계의 독특한 특징과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획일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국 예술계에서 `획일성`은 부인할 수 없는 큰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 역시 19세기 유럽의 뒤를 이어 `획일성`을 극복하고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건반악학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