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첫 재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 출석했다. 지난 3월 31일 구속 수감된 지 53일 만에 국민들의 눈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들로선 두 손에 수갑을 차고 수인번호가 적힌 배지를 단 그의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가 끝이 났나 했더니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파면된 그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기 때문이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모두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그는 이제 1주일에 2~3회씩 출석해 죄의 유무를 다퉈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 때부터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이르기까지 국정농단에 대해 국민들 앞에서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자신으로 인해 국격이 실추되고 국론이 분열되면서 국민들의 상처를 입었지만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그는 어제 첫 재판에서도 자신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들은 뇌물수수의 동기도 없고 검찰이 내민 증거에 문제가 있다며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다. 논란을 빚은 블랙리스트와 청와대 기밀문건 유출 혐의에 대해서도 직접 지시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는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의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은 의도와 관계없이 태생적으로 커다란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재판부도 재판에 앞서 이례적으로 예단과 편견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정치적 이해를 배제하고 증거와 법리,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재판부는 법원은 명예를 걸고 이번 재판에 임해야 한다. 가장 공정한 재판이 이뤄져야만 국민들도 납득하고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국민들도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고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