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국민의당 일각에서 통합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민주당 김민석 민주정책연구원장과 국민의당을 밀고 있는 옛 동교동계 원로들이 최근 만남을 가진 것이 단초가 된 듯하다. 김 원장이 어제 "지금 합당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영원히 안 한다고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중의적 화법을 구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양당 통합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국민의당 지도부는 정면 부정하고 있는데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대로 다당제로 가는 게 맞다"고 못을 박은 것으로 돼 있다.

양당이 통합해야 한다는 명분도 있을 수 있고 또 잘 포장하면 물밑 작업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선 패배로 인해 협소해진 국민의당 호남 입지를 감안할 때 다시 합치는 게 낫다는 분위기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국민의당을 끌어 안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그림이 최상일 수 있다. 양당 의석수를 합쳐 과반이 넘는 거여(巨與)로 변신할 경우 새 정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방파제 역할을 자임할 수 있기 때문에 꽤 구미가 당기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무슨 일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실리적 측면이 우선 눈에 들어오게 되지만 손실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의명분은 있는지, 다수 국정정서에 배치되지는 않는지, 그리고 그게 민생을 위한 정당정치의 기본철학에 부합하는지 등에 대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사정이 그렇지 못하면 통합과 이합집산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고 만다. 물론 정치권 주변부 차원에서 원론적 수준의 얘기였다고 하나, 자칫 긁어 부스럼이 되는 수가 있다. 특히 대선 후 정국에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현명한 처신과는 거리가 멀다.

새 정부가 이제 걸음을 떼고 있다. 총리 인준 청문회를 시발로 내각 인선 등 조각이 끝나야 `원팀`으로 일하게 된다. 이런 마당에 통합론은 다당제를 만들어준 민의와 협치 정신을 굴절시킬 수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자당 대선후보가 699만여 표를 획득한 정당이라는 점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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