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세계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코스요리의 큰 틀은 프랑스의 그것에서 따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루이 14세의 오트퀴진(haute cuisine)은 식사를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엄청나게 다양한 메뉴를 두고 먹긴 했지만, 지금의 정찬코스와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바로 음식을 순서대로 내오느냐, 아니면 한꺼번에 많은 메뉴를 두고 먹느냐 하는 것. 오트퀴진은 5-6가지의 메뉴들을 식탁에 한꺼번에 올리고 즐겼다. 현재의 코스요리가 만들어진 것은 재미있게도 러시아의 영향이 크다. 러시아에선 추운 날씨 때문에 음식이 쉬이 식어버려 식탁에 한 메뉴씩 올려가며 식사를 했는데 이 문화를 프랑스에서 받아들여 완성된 것이 바로 현재의 프랑스식 정찬, 그리고 현재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코스요리의 기본이다.

뉴욕의 스타셰프 `진 조지`는 아뮤즈 부슈를 `요리사가 자신의 생각을 손님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흔히 코스요리의 첫 단계를 애피타이저(appetizer)라고 생각하지만 그 전 단계의 음식이 바로 아뮤즈 부슈(amuse bouche)다. 식전음료와 함께 한 입 크기로 제공되며 식사를 하기 전 잠자던 미각을 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어로 amuse는 `즐겁게 하다`, bouche는 `입`을 뜻하며 말 그대로 입을 즐겁게 해준다는 의미이다. 식재료와 형식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다고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닌 게, 작은 한 입 거리 음식으로 입맛을 깨우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터 그 날 코스에 대한 주방장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음식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할 수 있겠다.

아뮤즈가 미각을 깨웠다면 일어난 미각을 올려주는 역할은 바로 오르되브르(hors-d`oeuvre)의 몫이다. 애피타이저(appetizer)로 잘 알려진 오르되브르는 본 식사 전의 음식으로 식욕을 돋우기 위해서 짜거나 신 자극적인 맛을 내야 한다. 메인 음식을 느끼기 전에 배가 부르면 안 되기 때문에 많은 양을 대접해선 안 된다. 러시아에서 식사를 먹기 전 보드카와 함께 즐기기 위한 요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며 이를 프랑스에서 정립해 세계에 전해졌다. 프랑스어 오르되브르(hors-d`oeuvre)는 `작품 이외의 것`을 의미하며 영어 애피타이저는 식욕을 뜻하는 애펫타잇(appetite)에서 따왔다. 뒤의 메인 음식과 조화를 이룰 재료를 선택해야 하고 메인이 보통 뜨겁게 나가기 때문에 오르되브르는 차갑게 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 고급 프랑스 음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에스카르고(달팽이요리), 푸아그라(거위간)는 이 단계에서 대접한다. 정식 프랑스 코스에서는 이 오르되브르를 또 몇 가지 코스로 나누어 여러 가지의 전채요리를 즐긴다.

우리의 평소 식사 같았으면 이미 밥은 다 먹고 이 쑤시고 커피까지 마셨을 시간 `40분`, 프랑스에서는 이제 막 두 가지 코스가 지나갔다. 축구경기에 비유하면 전반전의 반도 안 지났고 야구로 따지면 이제 3회초 진입했을 뿐이다. 경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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