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와 전국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의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맨 앞줄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이 노래 작곡자인 김종률씨의 손을 잡고 제창 대열에 합류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케 하고 기념식에 참석해 직접 부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문 대통령의 여러 행보에서 정권교체를 실감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논란이 된 것은 이념 대립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진보정권 때는 제창을 했다가 보수정권 때는 공연단 합창으로 바뀌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만 기념식에 참석하고 그 이후엔 불참해 국무총리 주관행사로 축소시키기도 했다. 5.18 때 희생된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 축가로 만들어진 노래가 극우세력에 의해 `북한 찬양곡`으로 지목되는 등 종북 프레임에 갇히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곡절을 겪은 노래이다 보니 9년만의 제창이 갖는 의미는 자못 심대하다. 이를 계기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은 물론 이념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창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당장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던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 보수세력 가운데서도 여전히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 새정부 출범으로 국민적 지지가 쏠리는 지금은 입을 닫고 있지만 언제 또 문제를 삼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과 진보진영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국민통합으로 승화시킬 책무가 있다. 승리감에 도취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이해를 구하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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