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소에 갤러리·미술관 명칭 기증 의도 모호될 수 있어

`금강 화가`로 알려진 기산 정명희 화백의 이름을 딴 정명희미술관을 현재 대전평생학습관에서 대전갤러리로 옮기기로 하면서 정 화백과 대전시교육청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16일 정 화백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정 화백은 2011년 8월 자신의 작품 1396점을 시교육청에 기증, 이듬해인 2012년 9월 `금강의 희로애락` 전시회 때에 맞춰 시교육청 산하 대전평생학습관 내 302호에 정명희미술관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좁은 전시 공간과 수장고를 가진 미술관을 대전여중 옛 체육관을 리모델링한 대전갤러리로 이전해 내년 1월 개관할 계획이다.

현재 평생학습관 내 정명희미술관 넓이는 132㎡이며 이곳에서 약 30m 떨어진 대전갤러리의 면적은 약 330㎡다.

시교육청은 이미 12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대전갤러리 안의 일부를 리모델링했으며 내년 1월부터 문을 열어 상반기에는 정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고 하반기에는 대관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명칭은 정명희미술관과 대전갤러리를 함께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 화백이 서운함을 내비치면서 시교육청 역시 난감해하고 있다.

정 화백은 "미술관을 이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 장소에 미술관과 갤러리의 명칭 두 개가 붙는 건 기증자의 기증 의도가 모호해질 수 있다"면서 "대체로 보면 12월부터 5월까지는 갤러리 비수기로 성수기에는 대전갤러리에서 전시하겠다는 건 행정편의주의로 보여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석대학교는 박영대 화백이 40여 년간 그려온 작품 120여 점을 기증 받아 교내에 `보리생명미술관`을 개관했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명칭은 정명희미술관으로 가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전갤러리로 이전하는 것은 기존 수장고가 협소하고 3층에 미술관이 있다 보니 시민 접근성이 떨어져 좀 더 시민이 편하게 전시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명칭 부분은 현재 두 개의 명칭을 다 쓰는 것으로 검토 중인데 더 논의를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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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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