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많이 걸었다 싶으면 왼쪽 무릎이 시큰거린다. 첫째는 몸무게가 늘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관절을 잡아주는 근육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세월의 무게는 덤이다. 이제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다.

고맙다 무릎아. 네 덕에 좋은 구경 많이 했다. 법주사 풍경의 울림을 귓가에 전해주고 대둔산 월성봉 바람의 노래를 들려준 게 너다. 구비구비 산막이 옛길 녹음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보여준 것도 너였다. 때 되면 솜씨 좋은 식당으로 이끌어 허기를 채워주던 것도 네가 아니더냐.

미안하다 무릎아. 나 때문에 갖은 고생 많이 했다. 십수년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도 않으며 기름진 음식만 먹어대는 동안 네가 짊어질 무게는 커져만 갔다. 미주에 가효, 입이 호사를 누리는 동안 비대해진 몸뚱이를 지탱한다고 연골이 닳도록 움직였구나. 배때기 기름을 좀 걷어내면 네가 좀 편해지지 않겠느냐.

수년간의 나태와 향락 속에 몸 구석구석 노폐물이 쌓여 있다. 부실한 하체 위에 황금 누각을 쌓아 올린 꼴이다. 무릎이 꺾인 후에 풍채를 자랑해 본 들 무엇하랴. 무엇이 문제인가 살피고 청산해야 한다. 이제 나랏님도 바뀌었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해보자꾸나.

좋은 음식 챙겨 먹고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움직이리라. 때때로 정성을 다해 주무르다 보면 너 무릎의 아픔도 덜해지지 않겠냐. 머리가 조금 덜 즐기면 무릎이 편해진다. 조금 덜 맛있게, 조금 덜 마시고 조금 덜 먹으면 너 무릎도 건강을 되찾겠지.

토목공사 같은 헛배만 부른 패스트푸드와 봉이 김선달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식의 불량식품은 치워버리자. 온 몸 구석구석에 온기가 돌게 할 준비 운동도 필요하다. 번 만큼 세금을 내듯이 먹은 만큼 땀을 내야 한다. 갑작스레 무리한 운동은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부분부분이 파열음을 낼 수도 있다. 몸 전체를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차근차근 안 쓰던 근육을 스트레칭하면서 유연성부터 길러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수많은 유혹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끈기 있게 이겨 나가야 한다. 특히 달콤한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입맛에 맛게, 편하게 건강해지는 길은 없다. 와신과 상담의 시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스터 코리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이가 우습게 보지 않을 몸맵시는 내보자.

이용민 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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