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K-water 충청지역지사장>
김한수
고대 번창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멕시코의 마야문명의 몰락 원인은 가뭄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는 사전에 큰 징후를 보이며 지나가나, 가뭄은 소리없이 은밀하게 우리 곁을 찾아온다. 가뭄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그에 따른 식량난 등으로 이어져 문명을 사라지게 할 만큼 파괴적이다.

충청 지역에는 대청댐·충주댐(충북), 보령댐(충남)이 위치해 있고, 이들 다목적댐은 가뭄과 홍수 등 물 관리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충주댐과 대청댐은 총 저수용량이 각각 27억 5000만㎥, 15억㎥에 달하지만, 보령댐의 저수용량은 1억 2000만㎥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물 관리 기능이 미약하다.

더구나 2015년 이후 충남서부지역의 누적된 강수량 부족은 보령댐의 저수율을 댐 건설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2년 전 유례없는 가뭄으로 제한급수까지 갔던 충남서부지역은 가뭄에 대한 대책으로 백제보 하류와 보령댐 상류 반교천까지의 21.9㎞를 잇는 보령댐 도수로를 지난해 설치했다.

이 도수로를 통해 하루 11만 5000㎥의 금강 물을 보령댐으로 공급하면서 2015년과 같은 제한급수의 고통은 재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하루 물 사용량이 20만㎥ 이상인 보령댐의 수위는 큰 비가 오지 않는다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 현재 충남서부지역의 가뭄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첫째, 수자원 공급원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대청댐 등 수자원시설의 여유물량을 급수체계 조정을 통해 공급하는 방법, 현재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대산임해산업지역 해수담수화사업 등이 그 해결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둘째, 물 공급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즉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이 가정까지 온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충남지역에서만 수도관에서 땅속으로 새나가는 수돗물이 1년에 약 4000만㎥에 달한다. 이는 아산시민과 서천군민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수돗물의 양이고, 보령댐으로 담을 수 있는 물의 34%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K-water는 극심한 가뭄이 닥친 2015년 충남서부 5개 지역을 대상으로 땅속으로 새는 물을 줄이기 위한 긴급누수저감 사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6개월만에 유수율을 16.8% 포인트 향상시킨 사례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물 절약 생활화가 병행돼야만 한다. 2015년 충남지역의 1일 1인당 급수량은 394ℓ로 나타났다. 2013년 415ℓ보다는 줄었지만, 아직 전국평균 335ℓ에 비해서는 높은 실정이다.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는 보령댐 저수율을 보면서 가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물 절약 실천이 절실하다. 설거지통을 사용하고, 절수형 샤워 헤드나 조리대를 설치하며, 빨래를 모아서 하는 것과 같이 `알고는 있으나 실천하지 못했던` 물 절약을 생활화해 나가야 할 때다.

중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패턴 변화로 가뭄·홍수 등 재난이 빈발하는 점을 감안해 지속적인 수자원 시설물의 확충이 필요하다.

기존 수자원 시설 간의 통합적 연계 활용, 그리고 물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의 수집·융합·과학적 분석을 통한 예측역량을 확보하고 물관리에 적용해 `물로 인한 재해에 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김한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