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이 지면을 통해 밝힌 바대로 영화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그 자체로 사회문화적 콘텐츠로 완성된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 아래, 그렇다면 현재 국제영화제를 유치하고 있지 않은 대전과 세종·충남에 어떻게 하면 진정한 영화 축제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대전의 경우 지난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듣고 제안 받았던 테마가 바로 `과학과 영화를 엮어 만들어내는 영화제`였을 것이다. 아마도 이는 대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과학도시라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숱한 제안이 이루어진 이 아이디어는 지나치게 특정한 현상적 테마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하는 한계에 더해 어차피 영화가 19세기 산업혁명으로 가능했던 과학기술의 산물이라는, 지나치게 보편적인 차원의 접근이 상호모순적으로 작동하며 그 실현가능성에서 타당성을 획득하지 못하였다. 설사 추진 가능했다 하더라도 과학과 영화 어느 한 분야에도 산업적 가치 이전에 문화적 차원에서의 바탕을 마련하지 못한 대전의 현실에서 제대로 된 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을 넘어서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실은 대전엑스포93 이후 시설활용 면에서 고민을 안고 있던 대전에서 부산보다 먼저 그 개최여부를 검토했으나 당시 결과와 성과 위주의 산업적 판단을 앞세운 논리로 인해 개최를 포기했던 사례가 있었음을 상기해 본다면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금의 전주국제영화제가 `고도(古都)`로서 `예향`의 도시라는 전형성에서 탈피하여 일종의 파격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과 대안`의 모색이라는 미래적 가치의 주제를 앞세워 영화제 개최의 당위성을 정립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제라는 축제의 장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장의 성과와 결과에 연연한 산업적 관점이 아닌 사회·문화적 차원의 관점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형적인 사고와 시각에서 탈피하여 접근하는 태세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

영화제는 결코 성과와 결과의 예단으로 접근하는 산업적, 관료적 마인드로는 외려 제대로 된 성과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영화제는 그 자체로 지역사회에 문화적 축제의 장으로 기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함에 존재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 지면에서는 그러한 존재가치를 지닌 영화제 개최 가능성에 대한 나름의 제안을 나누어보는 기회를 가져보려 한다. 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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