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그대는 속물 중의 속물이니

이번 주 금요일부터 3일간 옥천에서는 제30회 지용제가 열린다. `향수`라는 국민애송시와 정지용 시인을 낳은 옥천. 이를 기리며 매년 봄마다 중심으로 우뚝 서는 때. 한 시인이 건설한 왕국 옥천에서 해마다 열리는 지용제는 옥천의 자랑이자 대한민국 대표축제가 아닐 수 없다. 때를 맞춰 우리 문단 경사로 제29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였다. 수상자는 김남조 시인으로 수상작은 바로 위 시 `시계`다. 시인은 여러 면으로 우리 문단의 최고 원로 시인이시다. 시력 67년을 넘어서 90세의 연령에도 불구하고 시 창작의 역량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시인으로서 참으로 존경스럽고 놀라운 행보니. 거듭 축하에 축하를 더해 드린다.

이 시는 쉽지만 깊은 생의 페이소스가 짙게 깔려 있다. "생의 쓰라린 긍정을 통해 삶의 고독과 허무를 이겨내려는 안간힘을 표출했다"는 심사평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시계 속에서 우리를 향해 묻고 있는 실존의 물음은 참으로 값진 것. 초침 속에 실려 오는 시간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소망은 무엇인지를. 이제 시속 90킬로미터로 달려가고 있을 시인의 시계. 우리들 모두도 다시 묻자. 그러니, 그대의 소망은 진실로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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