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36회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을 넣으면 `김영란법`이 따라 나와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부정청탁 금지법이 제정되고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다. 대다수 학교에서 부정한 선물과 청탁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작은 일들을 부풀려 많은 선생님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강력한 법이 시행되는 만큼 올 해에는 제발 선생님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제 스승의 날은 고마움을 굳이 선물로 표현하는 날이 아니라 스승의 가르침을 마음으로 되새기고 삶을 돌아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이 나신 날에 맞춰 제정되었다. 1963년에 처음 청소년적십자중앙학생협의회가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였다가 1965년에 세종대왕이 나신 5월 15일로 변경하였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야말로 영원한 우리 겨레의 스승이라는 뜻에서였다. 세종대왕은 우리 겨레에게 한글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겼을 뿐 아니라 되새겨 볼수록 값진 가르침을 남겨 주셨다. 특히 학생들 앞에 선 선생님들이 배워야 할 덕목 몇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세종에게 배울 첫째 덕목은 차별 없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세종은 신분질서가 엄격한 가운데서도 천민인 장영실을 등용했다. 여성 노비에게는 100일의 출산 휴가를 주었다. 남편에게도 한 달의 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시각 장애인에게 악기를 연주하는 벼슬을 주는 등 귀천과 성별, 장애에 관계없이 백성 모두에게 고른 사랑을 베풀려고 노력했다. 한글을 창제한 까닭도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이끄는 교사에게 차별 없는 사랑은 더 없이 중요한 바탕이다. 차별이 없다는 것을 기계적인 평등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된다. 원숭이, 토끼, 코끼리, 물고기, 새를 모아 놓고 나무에 오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아이들은 다 다르다. 잘하는 것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다. 성격도 생각도 다르다. 배우는 속도도 다르다. 그렇게 다 다른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에 맞는 배움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차별 없는 사랑이다.

세종에게 배울 두 번째 덕목은 통섭과 융합이다. 통섭과 융합의 인재로 `다빈치`를 이야기한다. 세종도 그에 못지않은 통섭과 융합의 인재다. 세종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다고 한다. 역사서에 심취하기도 했고 과학과 의학, 심지어 수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예술과 문화에도 조예가 깊었다. 스스로 여러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여 세상의 이치를 보는 눈을 넓히고 생각하는 힘을 키웠다. 그러한 통섭과 융합의 사고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의 인재를 등용하여 많은 업적을 남겼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잘 살기 위해 길러야 할 능력은 통섭과 융합을 바탕으로 하는 창의적 사고력이다. 학교 교육에서 통섭과 융합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교육과정과 학교 체제는 교과간의 경계를 허물지 못하고 있다. 오랜 동안 굳어온 교과라는 틀을 깨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제나 동아리 활동 활용, 교과 연계 프로젝트 등을 활용하여 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이 많아지길 바란다.

세종에게 배울 또 하나 중요한 덕목은 소통이다. 이번에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존경하는 리더십 모델로 세종대왕을 꼽았다. 세종의 소통과 통합의 국정철학을 배우겠다는 뜻이다. 세종이 즉위하고 첫 말씀이 `상의해서 함께 하겠다`였다. 세종은 신하들과 토론하는 것을 즐겼다. 의견이 대립하여 결론이 쉽게 내려지지 않을 때에는 숨을 고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충분히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려 한 것이다. 토지법을 제정할 때는 전국에 관리를 파견하여 5개월에 걸쳐 여론을 조사하여 반영하였다고 한다.

지금 교육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이 바로 소통이다. 일방적인 전달이나 지시는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소통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이 가능할 때 이루어진다. 토론은 수업시간에 공부하는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 이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수업과 학교생활의 주인으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정답을 전달하거나 정해진 규칙을 따르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스스로 저마다의 답을 찾게 하고 스스로 정하고 실천하게 한다면 학생들은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날 것이다.

600년 전 세종의 슬기가 살아나 차별 없는 사랑, 통섭과 융합, 소통으로 모두가 행복한 학교, 즐거운 교실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스승의 날을 맞아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 깊은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선생님,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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