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록展 이공갤러리

연상록作 The memory, 57x40cm,아크릴,유화 및 혼합재료,2017
연상록作 The memory, 57x40cm,아크릴,유화 및 혼합재료,2017
빛을 회화 속으로 끌어들여 조형언어의 일부로 재구성하는 화가 연상록 개인전이 11일부터 17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열린다.

연상록의 작품들은 서정적으로 그 내면의 무엇인가를 건드린다. 회화의 평면과 오브제의 입체적 세계를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인두와, 고장이 난 하드디스크의 오브제들은 화면의 형형색색의 흐름들과 맞물려 묘하게 슬픔과 쓸쓸한 감정을 자극한다. 인두와 고장이 난 하드디스크는 더 이상 생명이 없는, 기억의 것들이다. 이번 연상록 개인전은 추상과 오브제가 만나 먼 곳에 있는 잊고 있던 기억의 파편들을 끄집어와 가슴 깊은 곳을 건드린다.

연 작가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 자체에 몰입한 인상파나 빛으로 입체감이 강조되도록 했던 테네브리즘(tenebrism) 작가들처럼 빛을 회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인상파나 테네브리즘 작가들은 빛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색에 천착했으며, 그 색들은 다시 이미지로 치환돼 사물과 현상에 대한 새로운 감정과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그 빛은 흡사 밤하늘 요도성((耀渡星)마냥 꺼지지 않는 영원한 빛이 돼 현재도 미술사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연 작가의 작품에서도 빛은 주요 형상요소로 등장한다. 때론 공기와 호흡하는 빛으로 또 때로는 자연 속에 뿌리내린 빛으로 자리한다. 기억의 단면이 투영된 빛은 그의 작업 근간을 이루는 중요 원소이다.

어스름을 뚫고 일어선 빛이 어두움과 서로 자릴 바꾸는 새벽녘 여명 아래 영롱한 공기를 예민한 시선으로 흡수하고 있는 일련의 작품은 단명(旦明) 속 번지는 일시적 자연현상을 명암이라는 단순한 방식 아래 피워내는 양상을 띤다.

연 작가의 작품은 일반적 인지로써 사실주의에 가깝지만 기록의 우월성이나 재현성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는 게 맞다. 그보다는 작가 자신의 내면적 희구의 투영, 역광으로 다시 한 번 실체를 이해하려는 발상의 전환과 인지된 사물의 표피성을 다차원적 감흥의 세계로 전이시키는 것에 무게가 있으며, 의식으로 받아들여 감각으로 탈바꿈시킨 상호 조응으로 미적 완성도를 이루려는 것에 방점이 있다. 결국 그의 작품들은 빛과 명암법에 의존한 채 마치 실사처럼 정교한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대립적 표상, 그로부터 빚어지는 다층적 중심에 결점을 둔 회화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어보인다.

연상록 그림의 지난 특징들을 살펴보면 우선 검은색과 푸른색이 지배한다. 휘황한 컬러의 향연은 없으나 전이되는 감응은 그 어떤 화사한 색채 못지 않는 영향력을 흩뿌린다.

한남대학교 서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연 작가는 다수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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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록 作 The memory, 106.5x33.5cm,아크릴,유화 및 혼합재료,2017
연상록 作 The memory, 106.5x33.5cm,아크릴,유화 및 혼합재료,2017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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