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총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지표를 `엥겔계수(Engel coefficient)`라고 한다. 인당 소비하는 식비는 사람마다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엥겔계수는 저소득 계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소득에 관계된 만큼 엥겔계수는 후진국의 경우에 높게 나타나는데, 이에 반(反)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의 엥겔계수는 다른 선진국들을 훨씬 상회해 `엥겔의 법칙`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식사를 하나의 예술로 여기는 프랑스의 식문화가 그 이유, 이 문화는 프랑스를 세계 제일 요리강국으로 만들어줬다.

프랑스에 요리가 특별히 발달한 가장 큰 이유로는 지역적 특색을 들 수 있다.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가장 큰 프랑스는 평야와 산악의 적절한 배치로 인해 다양한 식재료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지중해와 대서양을 모두 맞대고 있어 한류성, 온대성 어류, 다양한 해산물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재료의 다양성은 세계에서 따라올 나라가 없고, 프랑스에 존재하지 않는 식재료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르사유궁을 중심으로 성장한 프랑스요리는 귀족들을 위한 요리였다. 화려함은 태양왕 루이 14세 때 극치에 달하는데, 식도락을 중요시 한 루이 14세는 12시간이 넘게 고급요리를 즐기는 오트퀴진(haute cuisine)을 즐겼다. 그리고 왕립요리학교를 만들어 수많은 레시피를 집대성했다. 귀족들만을 위한 요리가 전국으로 퍼지게 된 것은 프랑스대혁명 덕분. 혁명으로 귀족에게 고용됐던 요리사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고, 이들이 식당을 열게 되면서 귀족들만 즐기던 고급요리를 프랑스 전역에서 맛볼 수 있게 됐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귀한 음식은 귀족들만이 즐길 수 있었는데, 혁명으로 사회가 평등해진 프랑스에서는 타 국가들보다 요리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됐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프랑스요리는 세계에서 그 명성만큼 사랑 받고 있지는 않다. 각 곳에서 이태리 요리, 중국 요리집은 눈에 밟히게 보이지만 프랑스 음식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유를 찾는다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 쉬이 먹을 수 있는 요리보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것 들이 많다. 그래서 가격이 비싸다. 또한 다양한 재료, 복잡한 조리법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나라에 맞는 맞춤형 레시피를 만들기가 어렵다. 한 나라의 음식이 다른 나라에 전해지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맞게 변형돼야 하는데, 복잡한 프랑스 음식은 말 그대로 음식의 현지화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들로 CNN에서 조사한 가장 인기 있는 요리 순위에서도 프랑스는 이탈리아, 중국에 밀려 3위를 차지했고, 요리 하나만큼은 세계 제일이라는 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요리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요리자체가 아닌 그 문화에 있다. 고급 레스토랑의 정식 코스는 프랑스의 그것을 따르며, 프랑스 인들은 그것을 각 가정에서 고수한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의 말 `잘 먹는 기술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며, 그로 인한 기쁨은 작은 기쁨이 아니다`는, 요리사로서 그리고 음식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 기쁨을 하나하나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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