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 책은 프리모 레비 자신이 아우슈비츠에 대한 증언 성격을 지니지 않는 `첫` 소설이라고 밝힌 작품이자,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소설이다.

국내에 2013년 소개된 `멍키스패너`의 경우 소설로 불리기는 하지만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데다 화자를 레비 자신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소설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을 받았다. 이 책 역시 주요 등장인물이 유대인이며 홀로코스트와 나치에 대한 소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저서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레비가 친구를 통해 들은 이야기에 상상력이 더해 스토리를 만들어냄으로써 기존의 책과 분명히 결을 달리한다.

또 나치에 수동적으로 당하는 유대인의 모습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해나가는 유대인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출간된 해에 바로 캄피엘로 상과 비아제로 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레비의 주요 저서 중 한 권으로 손꼽혀왔다.

이 소설은 2009년 국내에 영역판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새로 번역을 한 이현경이 밝히듯 영역판은 "기본 줄거리와 등장인물만 같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들의 성격도 다르게 번역돼 있고, 부연 설명이 많이 들어가 있으며 동시에 생략된 부분도 적지 않다. 번역되면서 단문 중심의 간결한 글쓰기가 주를 이루는 이 작품의 문체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이 작품이 레비의 작품세계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와 기존 번역판의 아쉬움을 고려할 때 국내에 다시 번역소개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7년 레비 30주기를 맞이해 이탈리아판으로 재 번역한 이 책은, 그동안 아우슈비츠로 증언문학가로 알려진 레비에서 한걸음 나아가 `소설가` 레비의 면모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호창 기자

프리모 레비 글/ 이현경 옮김/ 돌베개/ 539쪽/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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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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