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걷게 하라! 그러면 많은 보상이 뒤따를 것이다."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의 저자 제트 스팩의 주장이다. 저자는 미국 여러 도시에서 도시설계와 재생에 참여한 전문가로 실제사례를 중심으로 얼마나 맘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점수를 만들었고 이것이 그 도시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점수에 따라 부동산 값이 정해진다고 한다. 비슷한 예로 매년 이코노미스트 인테리젼스 유닛에서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호주 멜버른이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오스트리아 빈이 뒤를 이었다. 모두 안전하고 걷기 좋은 도시라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들 도시는 한 결 같이 트램을 기반으로 대중교통을 촘촘하게 연결해서 보행자 중심의 걷기 시스템이 완벽하고 안전하며, 걷는 도로를 따라 그들 도시만의 매력적인 볼거리가 많아 여유롭고 활력이 넘치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듯 걷기 좋은 도시가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이고 그곳에는 트램이 가장 친밀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시도 지금 대한민국 트램을 선도하고 있다. 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그동안 자동차에게 내주었던 도로를 사람 중심의 대중교통수단으로 바꾸고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가는 교통과 도시계획의 혁신적인 전환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개의 혁신적인 제도변화는 당시대엔 많은 반향을 불러왔지만 그로 인한 혜택은 수대에 걸쳐 이어지고 현대문명의 원동력이 됐다. 19C초 경부선 대전역이 생겨나면서 사통팔달의 교통요지 대전이 만들어져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면 한 세기를 돌아와서 도입되는 트램은 걷기 좋은 도시 그래서 살기 좋은 대전의 새로운 미래 100년을 만드는 기회이다. 다만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이 트램이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익숙했던 습관을 버려야 하는 불편함과 불안감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리라 생각된다.

그동안 우리시에서는 이런 우려를 씻어 내려고 대전트램포럼을 만들어 전문가들과 함께 지역특성에 맞게 장점은 매력적으로 살려내고 단점은 보완해 대전에 맞는 트램 운영체계를 만드는 노력을 해 오고 있다. 대전 트램은 구도심과 신도심을 34개 정류장으로 묶어 37.4㎞를 순환하면서 1호선과 충청권광역철도(3호선)로 연결하는 노선이다. 전문가들은 34개 정류장, 그들만이 갖고 있는 유래와 지리적 특성에 주목하고 트램 도입과 지역발전을 연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예를 들면 대학가에 설치되는 정류장 주변지역은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특성을 살려 주변을 트램만 통과하는 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하고 벼룩시장, 오픈마켓 등과 같은 흥미로운 거리를 만들어준다면 전국 각지에서 젊은층이 모여들고 소비패턴에 맞는 상권이 활성화되고 그것을 즐기려는 방문객이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도시재생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스포츠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부진에 허덕이던 대전연고팀의 선전이 즐겁다. 한밭야구장 이곳으로도 트램이 지나가고 정류장이 생긴다. 홈경기만 되면 주차장으로 변하는 주변의 도로는 이제 사라지고 정류장 주변으로 새로운 상권이 발달하고 걷기 좋은 쾌적한 거리가 만들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 트램 도입으로 극심한 교통체증을 우려하는 동대전로 구간도 그렇다. 학교가 밀집된 지역특성상 출퇴근시간과 통학시간에는 지금도 체증이 극심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혼잡시간대 교통통행량 조사결과 약 31%가 단순 통과차량으로 밝혀졌다. 소재지구에 신설되는 동부선과 계족로로 우회시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이곳에 트램이 지나가면 통학차량을 대신할 수 있어 교통혼잡이 줄어들 것이다. 이른바 `트램의 역설`이라 불리는 외국의 도입사례다.

자가용 통과가 줄어들고 이곳에 보행자 편의시설과 놀이시설, 길거리공연과 같은 볼거리가 제공되고 트램이 자주 지나간다면 활력이 넘치는 거리로 재탄생할 것은 분명하다. 우리시에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전트램포럼을 일반시민과 주부 등 이용객들을 포함해 미래교통포럼으로 확대 개편하고 포럼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우려가 있는 현장에서 문제점을 점검해 대안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대도시 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급속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슬로우시티를 지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얼마나 빨리 달리는가`로 대중교통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트램은 이런 추세를 반영한 안전한 대중교통수단이다. 트램이 들어오면 정류장을 중심으로 주변 환경이 매력적으로 바뀌고 지역의 명소가 되면서 사람의 왕래가 늘어나 도시재생의 단초가 될 것이다. 트램 정류장과 정류장을 걷기 좋은 공간으로 연결하고 정류장마다 뒷골목에 숨어있는 속살을 이야기로 보여준다면 대전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걷고 싶은 도시가 되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트램 속에 답이 있다.

임철순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