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명(순천향대 법학과 교수)
이상명(순천향대 법학과 교수)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탓에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는 당선자 예측과 지도자 자질론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조기대선을 치르다보니 공약검증은 고사하고 인물론에 대한 공방 등으로 국민들은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대체로 5% 내외로 낮게 나타나고 있어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역대 선거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작년에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58%에 그친 점과 대선을 앞둔 5월의 긴 연휴 등을 이유로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란 예측도 내놓는다.

투표는 꼭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헌법은 제1조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함으로써 국민주권원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주권의 실현 방법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선거권은 대의제도를 작동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로서, 정책결정권자인 국민의 대표자를 선정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투표율이 높아지면 대표자의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되고, 민주주의의 토대가 강화되는 것이다.

시민혁명으로 상징되는 영국의 경우 여성과 하층 시민의 선거권은 1928년에 인정되었고, 자유․평등․우애의 깃발 아래 프랑스혁명을 전개한 프랑스도 25세 이상의 남성 중 일정한 재산을 소유한 시민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다가 1944년이 되어서야 여성에게 선거권을 인정하였다. 일본의 경우 1889년 메이지 헌법에 따라 25세 이상 남자로서 매년 일정 금액 이상의 세금을 내는 시민만이 선거권을 가졌고, 1945년에야 여성에 대해 보통선거가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공통적인 것은 유혈폭동과 시위, 청원과 압력 등의 대중운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비교적 쉽게 선거권을 얻었다는 이유로 이 중요한 인권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적 무관심의 결과는 정치권의 부정부패, 정치권력의 남용, 독재정치였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목도했다. 일찍이 플라톤도 그의 저서 `국가`에서 "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을 경우에, 그에 대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한테 통치를 당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정치적인 무관심은 연령층으로 볼 때 20대와 30대에서 두드러진다. 치열한 경쟁과 취업난, 부조리를 경험하며 `흙수저`, `헬조선`, `삼포세대` 등의 말로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역설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이번 대선의 의미는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에 걸맞은 정치철학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사드 배치, 사회 양극화,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개헌 등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후보자의 이미지나 편견에 사로잡혀 대표자를 선출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만약 선거일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투표를 하기 힘들다면 5월 4일과 5일에 실시되는 사전투표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투표소가 국민들이 찾아가기 쉬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지, 장애인의 이동권과 투표권 행사에 지장을 주는 시설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살아있는 교육이자 국민이 주인임을 확인하는 길이며, 대한민국을 바꾸는 첫 걸음이다. 이상명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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