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로드(로리로이 지음·하현길 옮김)=큰누나의 죽음 이후 고향을 떠난 아서 스콧. 이야기는 그의 가족이 흑인 폭동을 피해 고향 벤트로드로 돌아가며 시작된다. 2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고향에는 여전히 그 사건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다. 아서 가족이 이사 온 뒤 공교롭게도 마을에서 소녀가 실종되고, 이웃들은 타인이나 다름없는 아서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미국의 주요 미디어에서는 이 책을 아메리칸 고딕 소설의 새로운 전범, 고딕과 느와르의 완벽한 융합이라며 격찬했다. 협소한 공간 배경을 바탕으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 현대의 고딕이라면 이 책은 그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비채·1만2600원·396쪽

◇애호가들(정영수 지음)=이 책에는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작가는 각 작품에서 삶을 통째로 견뎌내는 듯한 감각을 드러내며 인물과 세계의 본질적인 불화를 예민하게 그려낸다. 엉망진창의 세계에 그럴듯한 답을 제시하는 것을 유보하면서, 순간 배어나오는 풍자와 서정, 유머의 장면에 잠시 머물게 하는 이 책은 특유의 매력적인 리듬감을 빚어낸다. 잿빛투성이의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갑자기 맞닥뜨리는 어느 강렬한 조우처럼, 한순간 불가해한 모습으로 전변해 우리를 전율하게 만드는 하나의 순간을 선사한다. 또 세계와의 불화를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결의 재미를 자아낸다. 창비·1만2000원·232쪽

◇하늬·높새·갈마·소슬바람 러시아로 불다(조정희 글·사진)=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12일간의 여행 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은 평균 나이 50-60대의 네 여인이 동행한 러시아 문화 여행기다. 러시아의 화려한 건축물과 박물관 등 예술적인 문화유산의 아름다운 진면목은 물론 러시아인들의 생활과 작가의 시각으로 느낀 감정까지 세세하게 그렸다. 다양한 색을 지닌 네 명의 중년들은 각자의 성격과 행동, 나이대가 다르지만 과거 직장 동료이자 오랜 기간 함께한 친구 사이로 친자매 같은 존재다. 이들을 통해 주인공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여행 중 매순간 벌어지는 상황들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북갤러리·1만3800원·334쪽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라(박기현 지음)=위대한 인물 뒤에는 어머니가 있기 마련이다. 율곡을 키워낸 신사임당, 한석봉의 어머니, 맹자의 어머니도 길이길이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성웅 이순신 장군을 길러낸 어머니에 대해서는 행적은 고사하고 이름도 초계 변씨라는 기록만 남아 있다. 작가는 국회도서관부터 충남 아산, 전북 정읍, 전남 여수에 이르기까지 장군과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 전국 곳곳을 누볐다. 지독한 탐색 덕택에 단서가 포착됐고 이순신을 길러낸 어머니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를 토대로 한 소설적 구성의 스토리 전개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시루·1만3800원·336쪽

◇파인 다이닝의 첫걸음(콜린 러시 지음, 김은조·이인선 옮김)=초보 미식가를 위한 레스토랑 사용법이라는 부제처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가본 적이 없거나 적당한 레스토랑 에티켓을 익히고,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법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주문하는 방법부터 식기 사용법 등의 식사매너, 레스토랑 스태프를 대하는 방법, 팁을 주는 법 등은 해외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통용되는 매너로 해외 여행시에 참고할 만하다. 식사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치즈에 대한 설명, 치즈 종류별로 잘 어울리는 와인 등을 세심하게 서술하고 있다. BR미디어·1만5000원·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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