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과 새털구름 사이

그네를 맬 줄 아는 사람

그때 나는 왜 하필

낭떠러지에 정착했을까

당신과 나 사이엔 언제나

위태위태한 하늘이 었었고

구름을 뒤적거려

토마토를 따곤 했지

주렁주렁 토마토가

공중에 열리기 시작할 무렵

구름밭을 헤매며

갈라지고 썩은 토마토를

골라내기도 했어

한쪽 발은 낭떠러지에

다른 한쪽 발은 바람에

걸쳐 두었지

무서워하지 마!

구름밭 사이로

말풍선이 떠올랐어 사-뿐-

나는 공중 그네에

상상력이란 시가 뛰어노는 광장. 언어의 적토마가 바람을 찢고 달려갈 들판이다. 기수가 힘을 몰아 언어의 채찍으로 내리쳐 가로막힌 철벽 가르마처럼 가르고 질풍노도로 날아 꽂힐 대지. 그때 그의 뒤편에서는 천둥소리 더 크게 열리고 하늘에서는 벼락이 떨어질 터이니. 보라. 사방을 둘러 온통 땅 위로 쪼개지는 금빛 언어들. 그대 닫혀 있던 대지를 일으켜 깨우는 심장소리. 그 위로 솟구치는 수천의 종다리들을. 그것들 가 닿는 뭉게구름, 새털구름. 그 구름밭 사이로 말풍선이 떠오른다. 그 아래로는 보리밭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 펼쳐지리니.

그는 언제나 뭉게와 새털 사이에 그네를 맬 줄 아는 종결자. 그만이 더 거대한 꿈을 키워 하늘 속으로 날려 올린다. 종내 이 우주는 그가 쏘아올린 말풍선으로 가득 찰 것. 끝내 우주는 다시 빅뱅으로 이어질 것. 그러나 우리는 늘 한쪽 발 낭떠러지에 딛고 또 한쪽 발은 바람에 걸치고 사는 듯. 그가 구름을 뒤적거려 토마토를 따는 손길을 지켜본다. 그러나 나는 비로소 공중 그네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건 그의 말이 싱싱한 구름이라는 걸 알고 나서다. 그의 말을 따라서 구름 속으로 옮겨 앉아 이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된 다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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