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카카오톡`에는 `차단친구 관리`라는 기능이 있다. 대화하고 싶지 않은 친구를 차단할 때 쓴다. 내가 친구 카톡에서 어떤 목록에 설정돼 있느냐는 친교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성공의 가능성까지 가늠하게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연결사회`에 이미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만물의 연결이 가속되고 있다. 전 세계 30억 명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이 연결망에 자동차, 가전제품, 각종 센서와 같은 사물까지 속속 편입되고 있다. 심지어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시간, 공간, 신체조건 등에 의한 연결제한도 제거되고 있다. 연결에 따른 많은 량의 데이터 전송을 위해 현재보다 70배 빠른 5G 통신기술이 나올 예정이다. 공간 제한을 줄이기 위해 KTX보다 네 배나 빠른 시속 1200㎞ 철도를 개발 중이다. 시민의 발인 도시철도는 24시간 운행해 시간제한도 없애려고 한다. 제트여객기의 속도를 두 배로 높여 전 세계 500개 도시와 국가를 하루에 왕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오는 6월에는 미국에서 실시간 통역기가 나와 언어의 장벽도 없어진다. 기존 사업의 영속, 신산업 창출, 신시장 개척, 개인의 직업과 금전적 수입, 신기술 개발, 대인관계 모두 이 연결사회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연결사회에 적합한 사고방식, 행동양식을 가진 `연결사회 시민`이 되어야만 한다. 올바른 연결사회 시민 여부는 단순이 사교문제를 넘어 생존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올바른 연결사회 시민을 정의하기 위해서 이 사회의 속성을 우선 보자. 가장 밑바탕은 사람은 선하다는 전제로 한 신뢰이며 다음으로 개방이라고 생각한다. 신뢰와 정보의 개방은 우리 사회를 투명, 협업, 공유 및 권력분산 사회로 만든다. 이 사회에 적합한 인재는 신뢰할 수 있는 `착한 사람`이면서 `T`형으로 소양을 갖춘 자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존 헤네시가 정의한 `T`형은 한 분야를 깊이 파 전문성을 가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넓은 지식과 열린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다.

거짓, 폭력, 불친절, 악플 등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결사회의 해악이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에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공감하고 작은 선행을 베풀면 신뢰가 쌓인다. 선한 행동으로 얻은 평판은 연결망을 타고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다시 타인에 의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연결사회에서의 작은 언행은 미래 자신을 위한 기회의 문을 열거나 닫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연결사회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많은 사람과 사물이 얽혀 있어 복잡하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 시각,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며 이 때 연결망이 작동하는 것이다. 연결망을 통한 협력은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수 배 아니 수십 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이 있으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T`형 인재여야 하는 것이다. 고독한 천재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승객과 택시를 연결해주는 카카오택시 사용 기사가 전해준 변화이다. 말에 따르면 소위 말하는 진상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진상행동을 하면 그 평판이 연결망으로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도 동일한 이유로 이전보다 친절해졌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택시 수입이 20-30퍼센트 늘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은 요즘 그동안 개발한 자기부상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데 있어서 연결의 효과를 체험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알고 있던 기업을 넘어서 새로운 기업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기술을 기업에 적용할 때 부가적으로 필요한 다른 분야 전문가와의 협력에도 연결망이 도움이 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연결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연결사회에서는 바로 믿고 협업할 수 있는, 연결하고 싶은 시민, `연결시민`이 강자다. 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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