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에 이어 기록 조작과 조사 방해 등 연구윤리까지 팽개쳤다는 비난으로 시끄럽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실태 점검 결과를 보면 과연 원자력연구원이 국책연구기관의 자격이 있는지부터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방폐물 무단폐기라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것도 문제거니와 무엇 때문에 중요 기록까지 조작하고 누락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급기관의 감사나 처벌이 두려워 속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차제에 연구현장의 윤리의식을 되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원안위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방폐물 관리실태를 점검 결과 36건의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지난 2월 발표한 12건 외에 24건이 추가된 것이다. 이 가운데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 방류, 방사선 관리구역 내 사용 장비 매각, 실험 뒤 남은 방폐물 방치 등 무단 폐기가 주류를 이룬다. 놀라운 것은 방폐물처리시설 감시기 경보가 울려도 비상조치 없이 경보 기록을 수정하거나, 폐기물 폐기량을 축소하는 등 8건의 중요한 기록을 조작하고 누락했다는 점이다. 원안위 조사에 대해 폐기물의 무단 배출을 부인하거나 배출횟수, 소각량 등을 허위로 진술하도록 회유까지 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아연실색케 한다.

원자력은 평화적으로만 이용되지 않듯이 한번 사고가 나면 그 피해는 너무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다.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의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를 상기한다면 잊을만하면 도지는 원자력연구원의 방폐물 무단 폐기와 기록 조작 등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연구를 수행하는 국책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이 기본기와 원칙을 저버린다는 연구윤리의 실종을 넘은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현장 연구자들이 방폐물 무단 폐기나 기록 조작 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사소하게 생각하는 한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찾아올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말로만 안전을 앞세우지 말고 책임자 처벌에 이어 연구윤리 재정립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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