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도 다시, 밤' 전 19일~6월28일 청주 우민아트센터

김상진 Mars Spiritual, 2015, wood chair, sch artificial voice sound, LED, 250x250x200cm
김상진 Mars Spiritual, 2015, wood chair, sch artificial voice sound, LED, 250x250x200cm
충북 청주 우민아트센터는 `우연히도 다시, 밤` 전시회를 연다.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1960년에 창설되어 현재까지 언어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시인들의 그룹인 울리포(Oulipo·Ouvroir de litterature potentielle) 그룹의 실험 사례에서 착안해 비롯됐다. 김상진, 안경수, 안정주, 이은우, 장보윤, 정재호 등 총 6명의 작가들이 불확실성의 시대적 `제약`을 `가능성`으로 치환해 바라보고자 한다.

`우연히도 다시, 밤`은 전시회 이름인 `밤`이 은유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의 시대적 `제약`을 본다. 작가들은 일상적 기능에만 속박해 있던 문자를 `제약`에서 해방하고 문학의 잠재성을 촉발하는 장치로 사용했던 `울리포` 그룹의 실험을 차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배태하는 잠재적 조건으로 뒤집어 바라본다.

이로서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의 불확실성이라는 시대적 제약을 가능성으로 바라본 울리포 그룹의 실험 사례로 다시 어느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밤의 시대, 불확실성 시대를 가능성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김상진 작가는 확고하다고 믿는 인식체계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해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탐구를 다양한 매체로 재현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공 음성 프로그램을 이용한 `로봇극`을 선보인다. 화성영가(Mars Spiritual)라 명명한 이 기묘한 로봇극은 표현과 경험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언제나 기술과 환영의 경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지적한다. 현실보다도 더 현실처럼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어 있는 최신의 디지털 기술들은 끊임없이 인간의 인지 영역을 정복하고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무너트린다.

안경수 작가는 관계에 주목했다. 안경수가 바라보는 풍경은 `막(membrane)`의 의미선상에 있다. 막은 은폐 혹은 단절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며 풍경과 풍경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매질이다. 막이라는 의미는 특정 장소 사이의 풍경과 그림을 그리는 과정 사이에서 교차되는 문제에서 시작된다. 그는 막이라는 닫힌 상태, 동시에 유기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으로 인한 막 너머의 대상과 관계 가능한 상태를 바라본다. 막이라고 규정하는 대상을 화면의 소재로 불러들임으로써 풍경의 안과 바깥을 재인식하는 과정으로 사용한다. 어떤 대상을 가로막고 있는 막, 장소를 가로막고 있는 막, 내 동공을 가로막고 있는 막, 경계를 가로막고 있는 막, 또 그 안에서 더 많은 레이어를 바라본다. 그러면서 그의 작품에서의 막은 풍경 앞에 놓인 물리적 중첩에서 오는 레이어의 의미를 넘어선다.

영상작품 `톱과 드럼을 위한 협주곡`을 선보이는 안정주 작가는 파괴와 생성이 동시에 교차하면서, 묘한 대구를 이루는 모습을 관객에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전혀 분절적이지 않은 행위와 감각들을 마치 분절적인 것처럼 경험하게 하며, 이를 통해 감각의 또 다른 사용법을 제안한다.

이은우 작가는 `관계`에 집중한다. 어떤 물건의 실체는 그것이 다른 물건과 맺고 있는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그것이 물건인지 또는 쓸 만한지 아닌지 같은 것들은, 그 물건을 관통하는 문화나 제도 따위에 따라 결정된다. 이 작가는 물건이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통용되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이러한 관습적인 용법을 포착한 뒤 다른 성질의 물건과 결합한다.

정재호 작가는 1960년부터 1980년까지 20년간의 시간을 기록한 여러 매체의 이미지들을 다시 그린 작품을 내보인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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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수 supermarket, 2016, acrylic on canvas, 230x360cm
안경수 supermarket, 2016, acrylic on canvas, 230x360cm
안정주 톱과 드럼을 위한 협주곡, 2015, 10분 5초
안정주 톱과 드럼을 위한 협주곡, 2015, 10분 5초
이은우 무광 금색, 2016, styrofoam, urethane paint, 70x75x36.4cm
이은우 무광 금색, 2016, styrofoam, urethane paint, 70x75x36.4cm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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