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미연방법원에서 보기 드문 소송이 벌어졌다. 토마토를 두고 채소인가, 과일인가 하는 것을 법원의 판단에 맡긴 것이다.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채소수입에는 관세를 붙이고, 과일의 경우엔 면제해 주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판결은 `토마토는 채소`인 것으로 내려졌다. 이유는 정식 식사에 토마토를 사용하지만 디저트엔 이용하지 않는 다는 것. 이후 세계각국에서 토마토를 채소로 인정했고 우리 또한 그렇게 배워왔다.

사실 음식을 즐기는데 있어서 토마토가 채소냐 과일이냐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맛있게 먹느냐 하는 것인데, 세계에서 토마토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는 이탈리아라 할 수 있다. 피자, 파스타에 듬뿍 넣는 토마토소스는 이탈리아 주방의 기본, 국기를 상징하는 초록색, 흰 색 그리고 빨간 색 중 빨간 색이 바로 토마토를 이야기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토마토가 이탈리아에 처음 들어온 것은 1548년, 하지만 처음엔 외양과 경제적인 이유로 식용으로 쓰이지 않았다.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나폴리의 주방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나폴리 요리를 세계에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탈리아에서는 토마토를 황금빛 사과를 뜻하는 `포모도로(pomodoro)`라 부른다. 이탈리아에 처음 들어 온 토마토가 노란 빛을 띄고 있었기 때문.

소스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토마토 그대로 잘라 치즈와 함께 먹는 `카프레제` 샐러드 또한 이탈리아의 자랑이다. 이탈리아 카프리 섬에서 태어난 이 샐러드는 얇게 자른 토마토 위에 생모짜렐라 치즈와 바질을 얹고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는다. 이 세가지 재료들을 겹쳐놓은 모습은 이탈리아의 국기와 닮아있고, 그대로 피자 위에 넣어 조리한다면 이태리 피자의 상징 `마르게리따`가 된다.

햄버거, 감자튀김 등 미국음식을 즐길 때 빠질 수 없는 케첩의 원조는 중국이다. 17세기 중국에서 생선, 식초, 소금 등을 넣어 지금의 굴소스와 유사한 소스를 만들어 먹었는데 이를 켓샵이라 불렀다. 이후 영국의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에 전해졌고 그대로 영국과 미국에 전파되어 토마토를 넣어 만드는 조리법을 완성시켰다. 1876년 하인즈 사의 창업자 하인즈(Henty J. Heinz)가 토마토에 설탕을 넣어 만드는 지금의 케첩을 개발해 열풍을 일으켰고, 지금까지 패스트푸드점, 맥주집에서 없어선 안될 소스로 사랑 받고 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라는 말이 있다. 빨갛게 익은 토마토는 의사가 필요 없을 만큼 건강에 좋다는 의미. 토마토를 붉게 만들어주는 리코펜 성분은 우리 몸을 늙게 만드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노화방지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흡연자들의 폐암발생률을 낮춰주기에 흡연자들에겐 필수식품이라 할 수 있다. 올리브오일과 함께 익히거나 구운 토마토를 먹을 때 리코펜 흡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것보단 조리해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 토마토가 채소이든 과일이든 상관없다. 다만 파란 토마토가 아닌 잘 익은 `볼빨간 토마토`를 찾아야 한다. 맛있는 한 접시 음식에 건강을 이롭게 해주는 의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