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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아픔을 보듬는 아름다운 몸짓

2017-04-06기사 편집 2017-04-06 14: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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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첨부사진1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끔찍한 불행 앞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참사의 진상이 무엇인지를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목소리와 작은 희망들을 문장으로 옮기고 싶었다."

지난해 11월 제 33회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한 김탁환 작가의 수상소감이다.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는 역사소설가 김탁환에게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작가는 이 과정을 "심장을 바꿔 끼운다"고 표현했다. 타인의 호흡과 삶의 습관들을 내 몸에 익히고 그것을 내 손에서 문장으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다시 그날의 아픔을 떠올렸다. 세월호의 상처만큼이나 많은 상처들을 우리도 내상으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제재의 생생한 비극적 현재성은 '원칙적으로' 소설적 허구를 구축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방해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세월호의 비극은 좀 더 오래 날 것 그대로, 사실만으로 전달돼야 하며 그것을 허구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비극의 진실을 전하는 일, 비극의 당사자들의 슬픔과 고통을 공유해 함께 아파하는 일이 방해받고 거부당하며, 대신 부당한 침묵이 강요당하는 상황이라면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그 기억은 지속돼야 하고 그 목소리는 더 멀리, 더 깊이 전해져야 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장르의 관행과 소설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활동에서 얻은 소중한 글감들을 바탕으로 본업인 소설쓰기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이 책은 김탁환의 작가적 역량과 세월호 참사가 그에게 가한 존재론적 충격이 뜨겁게 부딪쳐 빚어진 결과다.

3년의 시간 속에서 김탁환 작가는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몸짓을 보았다. 그리고 그 몸짓 하나하나를 단편소설로 엮어냈다.

이 책은 그렇게 세월호를 기억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8편의 세월호 중단편소설집이다.

이 책에 수록된 8편의 주인공 중에서 '이기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적인 희생의 당사자나 그 가족들이 아닌 주변의 관찰자들이다.

8편의 작품 중에서 '눈동자',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 '찾고 있어요'를 제외한 5편은 미발표작으로 이 책에서 처음 소개된다.

세월호 참사가 지닌 본래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바란 대로 "그 순간이 너무나도 참혹하고 안타깝고 돌이킬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혹은 생사의 경계를 넘어가버렸다고 해도, 서로의 어둠을 지키는 방풍림"처럼 희망적이어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희망적이다. 강은선 기자



김탁환 지음/ 돌베개/ 352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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