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중장년층은 어릴 적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동네시장을 찾은 향수를 간직할 것이다. 어머니는 가족이 먹을 반찬거리를, 아이들은 군것질거리를 골라 어느 덧 묵직해진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바구니는 옛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정겨운 소모품 중 하나다.

최근 들어서도 마트나 전통시장에서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주부들이 간혹 눈에 띄지만 흔치 않은 풍경이다. 카트를 이용 박스에 생필품을 담거나 일회용 비닐 봉투로 대신한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대형 마트 등이 앞장서 `일회용 비닐 쇼핑백`을 매장에서 없애겠다고 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이렇듯 장바구니는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담을 때나 물가 등 경제지표를 표현할 때 중요하게 사용된다.

이 가운데 경제지표로 사용되는 `장바구니 물가`가 요즘 화두다. 서민 경제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

지난해부터 지속돼온 생활물가 상승세가 올해 들어서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계란, 닭고기, 무, 양배추, 당근, 감귤 등 농축산물에 이어 석유, 항공료, 화장품 등도 속속 인상 대열에 동참하는 형국이다.

이에 따른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2%나 오르며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와 농·축산물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식품 등을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8% 올랐다. 2012년 1월(3.1%)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소비자들이 자주 사 먹는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7.5%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에선 귤이 1년 전의 두 배가 넘는 106.2%가 뛰었다. 양배추(91.5%), 달걀(43.1%), 닭고기(11.3%)도 많이 올랐다.

사치품이나 기호식품은 고사하고 먹거리 등 기본 생필품의 소비까지 줄며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가볍기만한 이유다. 시장이나 마트에 장보러 나가기 겁날 정도라는 말이 과장돼 보이지 않는다.

장바구니가 가벼울 수록 서민경제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가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맹태훈 충남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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