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들의 공간인 양택은 궁궐 조정대신들의 위치를 봐도 알 수 있다. 왕이 보기에 왼쪽에 서열이 높은 문반이, 오른쪽에는 무반이 서게 된다. 좌상우하 원칙을 적용하면 조선시대 3정승 가운데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관직이라고 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엔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낮아보이지만 선조들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좌의정은 문반의 인사를 관장하고 실질적인 수상의 역할을 한다. 왕의 곁에서 왕을 보좌하는 국정책임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름과 좌의정을 합쳐 노 전 대통령의 `좌희정`이라고 불렸다. 주군의 마음을 헤아리고 충언할 수 있었던 안 지사는 참여정부 일등공신으로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을 도맡았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어떤 공직도 맡지 못하고 스스로를 어둠에 가뒀다. 참여정부 초기 대선자금 수사의 칼을 몸으로 받아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기 않기 위해 음지를 택한 그의 첫 선출직 도전은 당내 최고위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인 2010년에는 충남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많은 사람들은 보수성향이 짙은 충남에서 안 지사의 당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도민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진보는 빨갱이라고 생각했던 나이 든 도민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게 바로 안 지사이다. 부진했던 지지율은 오르기 시작했고 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유세현장에는 그의 책에 사인을 받으려는 노인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내내 대연정으로 분열된 국론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선택이었다. 지역민들은 안 지사를 큰 정치인으로 만들어냈다. 그는 죽어도 사는 길을 갈 것이라 말한다. 그가 실현시킬 더 나은 민주주의, 국론을 한 곳으로 모으는 정치를 기대해본다. 인상준 취재1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