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산 사람의 집인 양택(陽宅)과 죽은 자의 집 음택(陰宅)을 삶과 죽음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생각했다. 산 사람의 공간인 양택은 좌상우하(左上右下)가 원칙이다. 왼쪽이 오른쪽보다 서열이 높아 고택과 궁궐, 사찰 등의 왼쪽에 서열이 높은 건물을 지었다. 반면 죽은 자의 공간인 종묘와 사당, 왕릉 등은 우상좌하가 원칙이다. 왕릉의 경우 봉분을 보고 오른쪽에 왕의 무덤이 된다.

산 사람들의 공간인 양택은 궁궐 조정대신들의 위치를 봐도 알 수 있다. 왕이 보기에 왼쪽에 서열이 높은 문반이, 오른쪽에는 무반이 서게 된다. 좌상우하 원칙을 적용하면 조선시대 3정승 가운데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관직이라고 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엔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낮아보이지만 선조들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좌의정은 문반의 인사를 관장하고 실질적인 수상의 역할을 한다. 왕의 곁에서 왕을 보좌하는 국정책임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름과 좌의정을 합쳐 노 전 대통령의 `좌희정`이라고 불렸다. 주군의 마음을 헤아리고 충언할 수 있었던 안 지사는 참여정부 일등공신으로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을 도맡았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어떤 공직도 맡지 못하고 스스로를 어둠에 가뒀다. 참여정부 초기 대선자금 수사의 칼을 몸으로 받아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기 않기 위해 음지를 택한 그의 첫 선출직 도전은 당내 최고위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인 2010년에는 충남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많은 사람들은 보수성향이 짙은 충남에서 안 지사의 당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도민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진보는 빨갱이라고 생각했던 나이 든 도민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게 바로 안 지사이다. 부진했던 지지율은 오르기 시작했고 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유세현장에는 그의 책에 사인을 받으려는 노인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내내 대연정으로 분열된 국론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선택이었다. 지역민들은 안 지사를 큰 정치인으로 만들어냈다. 그는 죽어도 사는 길을 갈 것이라 말한다. 그가 실현시킬 더 나은 민주주의, 국론을 한 곳으로 모으는 정치를 기대해본다. 인상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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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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