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약창] 내원 후 처방 변경·증상 기억을

우리 딸아이가 열 살 때쯤 일입니다. 어느 날 입술이 킨타쿤테처럼 부풀어 엉엉 울며 집에 왔습니다. 동생이랑 아파트 화단에 있는 설익은 무화과를 따먹고 생긴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뒤로 딸아이는 어른이 다 된 지금까지도 무화과는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둘이 같이 먹었는데 동생은 괜찮고 딸만 입술이 퉁퉁 부어올랐을까요. 당연히 딸아이가 무화과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특이체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땅콩, 고등어, 밀가루 등 많은 음식과 약물에 특이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런 특이반응은 우리 몸이 외부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면역체계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제 딸아이의 면역체계가 무화과를 적으로 인식해 면역세포들이 무화과를 무찌르려고 공격을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원래 이런 반응은 독감이나 수두같이 우리 몸에 해로운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균이 감염됐을 때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작용, 우리 몸을 지키는 아주 중요한 기능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땅콩이나 새우처럼 전혀 해롭지 않은 것 들에 반응을 해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까지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음식들처럼 약에도 이렇게 특이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약물특이반응이라고 하고 이런 약물특이반응에도 법칙이 있습니다.

첫째 아무도 겪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의사 선생님도 어떤 환자가 어떤 약물에 특이체질인지는 알 수가 없다는 말이고 약을 먹고 부작용이 났어도 의사나 약사의 탓이 아니라는 겁니다. 둘째 한 번 발생한 특이 반응은 거의 평생 동안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몸에 발진이 생겼다면 그 약을 다시 복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이렇게 특이반응을 일으킨 약물은 꼭 기억을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괜찮았던 약도 어느 날 갑자기 이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이 또한 평생 갈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 일입니다. 몸살이 날 때마다 아스피린만 드시면 깔끔하게 나았던 친정 엄마가 어느 날 똑같은 증상에 아스피린을 드시고는 온 몸에 붉은 반점이 올라와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두 달이 지난 후 이제는 괜찮으려니 하고 또 드셨는데 어떻게 됐을까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처음보다 더 심하게 발진이 생겨 고생하셨고 그 뒤로 지금까지 절대 아스피린을 드시지 않으십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 약을 먹고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처방받은 병원에 가서 적절한 조치를 받고 어떤 약물에 특이반응을 일으킨 것인지 알아 꼭 기억을 하거나 메모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이 나면 그 의사선생님을 원망하며 다른 병원으로 가 반복적으로 고생을 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약물특이반응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고객 한 분은 그 이후로 우리 약국 단골고객이 됐습니다. 응급실까지 가게 된 게 마음이 쓰였던 차에 약물특이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처방을 받을 걸 병원에 연락해 처방을 변경한 뒤로 오히려 신뢰감이 더 생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약물특이반응이 발생한다면 조금 짜증이 나더라도 그 병원이나 약국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끊임없이 획기적인 약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도 부작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약물특이반응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또 없앨 수도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주향미 약사(대전시약사회 여약사담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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