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리뷰

김소중 연극연출가
김소중 연극연출가
2015년 초연되었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에서 수상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초연 당시부터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대단한 작품이었는데 그 위력은 대전에서도 여전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의 2회 공연도 초기에 매진이 될 정도로 공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재미있다. 연극을 잘 아는 사람이 보아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재미가 있다. 누가 보아도 재미가 있다.

연극을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춰 만들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연극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잘 차려진 뷔페에서 각자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골라먹으며 만족을 하듯 이 공연은 16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거움 그리고 감동을 지루할 틈 없이 선사한다.

`조씨고아`는 중국 고전의 4대 비극으로 꼽히며 `동양의 햄릿`이라는 찬사를 받아 온 작품이다. 소설과 연극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가 되어 다양한 작품으로 끊임없이 재탄생 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누구나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절대 아니다.

극이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어질 수 있었던 힘은 `고전 비틀기의 귀재`로 불리는 고선웅 연출과 각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한 배우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고전을 어떻게 하면 현대의 관객들에게 쉽고 편하게 보여줄까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많은 사건과 대사들을 함축하여 빠른 템포로 이야기하고 연극적인 요소들로 재치 있게 풀어내어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살리고 관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커튼이 쳐 있는 텅 빈 무대와 공중에 떠 있는 소품들은 연출의 의도가 충분히 담겨져 있는 부분이었다. 커튼을 열었다 닫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배우들은 다양한 공간을 빠르게 창출해 냈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공중에서 내려오는 소품들이 공간과 시간의 변화를 강조하는 효과를 발휘하였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공연의 백미는 극중 튀어나오는 유머들이다. 비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처절하고 묵직해야 된다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관객들을 폭소하게 만든다. 각 캐릭터들의 희극성이 극대화 되어 그 웃음을 유발하기에 극의 흐름을 벗어나는 일이 없다. 웃을 때 크게 웃고 슬플 때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완급조절로 관객들은 웃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웃프다`라는 요즘의 표현이 적절하다 느껴진다.

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역시나 복수이다. 극이 끝나고 난 후에는 복수에 대해 곰곰이 고민을 해보게 만든다. `고아`를 살리기 위해 제 자식을 희생한 `정영`이 `도안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20년을 참고 기다려 드디어 복수에 성공했을 때, 정영의 얼굴에 비추어진 씁쓸함은 복수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만든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잘 차려진 소문난 잔치였다. 먹을 게 수두룩하여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그런 소문난 잔치였다. 김소중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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