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동학대 신고가 3만 건에 육박했다고 한다. 범부처 아동학대대책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만 9669건 이었다. 2015년도 1만 9214건보다 1만 455건 증가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아동학대 방지책` 시행의 성과라고 당국은 분석했다. 가정 내 아동학대가 일상적인 훈육이라는 인식 때문에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다가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신고가 대폭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의료기관·교직원 같은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8302건으로 2015년도 4900건보다 69.4%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월 1회 이상 아동복지시설 점검, 인권보호관 지정 등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대책을 실시키로 했다.

아동학대의 큰 문제는 부모에 의해 가정에서 저질러진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부모였다. 특히 친모와 친부에 의한 학대가 많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부모 넷 중 하나는 최근 1년 동안 자녀학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훈육이란 명목으로 폭언, 방임 등 정서적 학대뿐만 아니라 신체적 폭행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를 낳고 바르게 키울 책임이 있는 부모가 자녀들을 소유물로 여기는 가부장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고 인권과 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부모교육이 절실하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다. 그럼에도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것은 새로운 해결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사회·심리적 병폐 차원에서 해법을 찾는 자세가 요구된다. 학대 받으며 자란 아이가 어른이 돼 자기 자녀를 학대하는 대물림 현상이 속속 확인되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정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사회가 공동으로 막아야 할 이유다. 아동 보호체계를 더 촘촘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학대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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