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가톨릭문화회관 아트홀`이 끝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다. 그러면 그렇지, 잔인한 4월이 봄꽃 소식만 전할 리가 만무하다. 시인 엘리엇(T. S. Eliot)에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황무지에서 맞이한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었듯, 가톨릭문화회관을 떠나보내는 대흥동의 4월도 잔인한 달이 될 것 같다. 과연 가톨릭문화회관이 없는 문화예술의 거리가 가능할까?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가톨릭문화회관은 1972년 건립되어 45년여 동안 대전문화예술의 중심이 되었던 곳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아일랜드`, `신의 아그네스`, `빨간 피터의 고백` 등 한국 신화가 된 연극들을 비롯해 김덕수와 사물놀이, 김광석, 장사익 등의 수많은 공연이 펼쳐졌던 무대였다. 그뿐만 아니다. 누군가에겐 학예발표회 장소였고, 또 누군가에겐 유치원 졸업식장이기도 했다. 1979년 건립된 대전시민회관(현재 대전예술가의집 위치)과 더불어 그야말로 1970-80년대 대전의 문화를 주름잡았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가톨릭문화회관도 한때 원도심의 공동화와 소극장 문화의 쇠락, 신도심 지역에 들어선 대형 공연장으로 인해 잊힌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9년 공연기획 프로덕션 아신아트컴퍼니가 서울의 대학로를 꿈꾸며 가톨릭문화회관을 임대한 후 연극전용 소극장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2012년에는 객석 기부제를 통해 관객과 지역민들의 모금으로 더욱 편안한 객석과 무대를 갖추고 원도심의 대표 소극장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지난 7년 동안 가톨릭문화회관을 지켜온 아신아트컴퍼니 이인복 대표는 스스로를 지역 연극계의 `왕따`라고 말한다. 연극 기획자로서 설움 많았던 날들에 대한 표현이리라. 연출자의 꿈을 잠시 미뤄두고 전문기획자가 되어 연극이라는 상품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그의 도전은 그럴싸한 연극이나 끌어다가 돈벌이하는 기획사 정도로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누구나 쉽게 "연극 한 편 볼까?"라고 말하는 날을 꿈꾸며 연극을 만들었고, 또 좋은 연극을 초청하여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왔다. 그에게 연극 없는 날이 거의 없었으니, 가톨릭문화회관의 폐관 역시 그의 꿈을 멈추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톨릭문화회관과의 이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작품으로 상연되고 있는 `극적인 하룻밤`을 어찌 보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어설픈 위로나 희망을 건넬 수 없는 잔인한 4월이 다가오고 있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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