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은 생생한 '신앙 발자취'

미술관 내부 모습
미술관 내부 모습
[당진]천주교 대전교구 신리성지에 병인순교 150주년을 기념해 국내 유일의 순교 미술관이 지난 25일 개관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3시부터 유흥식 라자로 주교의 주례로 개관미사가 진행됐으며 이어 4시부터 개관식을 거행했다.

유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순교미술관은 당시 박해 중의 우리의 장한 선조 신앙인들의 믿음과 삶을 영정화와 기록화로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믿음의 공간, 사랑의 공간이 되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리라 확신한다"며 "미술관 작품들은 일랑 이종상 선생의 순교자적 영성과 열정, 믿음과 봉헌의 종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당진시 합덕읍 신리 성지 내에 자리 잡은 순교 미술관은 지난 2013년에 착공해 2014년 1392㎡ 규모로 준공됐다.

이곳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백이자 살아있는 유일한 화폐 인물화가인 일랑(一浪) 이종상 화백이 신리의 순교자들과 신자들의 삶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3년에 걸쳐 작업한 성 다블뤼 주교, 성 오메트르 신부, 성 위앵 신부, 성 황석두 루카, 성 손자선 토마스 다섯 성인의 영정화 5점과 다블뤼 주교의 생애를 중심으로 기록한 1000호 크기의 순교기록화 13점 등 총 18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특히 작품들은 모두 우리나라 전통 채색기법인 장지기법을 사용해 완성된 것이 특징이다.

작품을 보면 1845년 8월 17일 상해 김가항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의 주례하에 조선인 최초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서품식을 받은 것으로 시작해 8월 31일 강경 황산포구를 통해 입국한 선교사들, 다블뤼 신부가 배티에서 예비 신학교 교장 수행, 신리에서의 미사, 손 요한의 신리신자들에 대한 염습으로 이어진다.

김동겸 베드로 신리성지 주임신부는 "일랑 이종상 요셉 화백께서 신리신앙인들의 믿음과 삶을 묵상하며, 우리나라 전통 채색기법인 장지기법을 사용해 3년여에 걸친 작업 기간 동안 다섯 성인의 영정화와 13점의 순교 기록화를 완성하셨다"며 "많은 분들의 노력과 수고로 준비한 순교 미술관이 이곳을 방문한 모든 분들에게 신리 신앙인들의 믿음과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유일의 순교 미술관이 개관하는 신리성지는 충남도 기념물 제176호로 지정된 곳으로, 제5대 조선 교구장을 지낸 다블뤼 주교가 조선천주교사를 집필한 곳이다.

제5대 조선 교구 역할을 하며 조선천주교회 초기 박해시절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성지인 이곳에는 순교 미술관 외에도 순례성당과 사제관, 수녀원, 순례자 센터 등의 시설이 함께 조성돼 있으며, 인근에 무명순교자의 묘 46기도 위치해 있다.

차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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