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다. 박 전 대통령 본인도 참담했겠지만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도 불명예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짧게 언급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변호인측에서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밝혀 어떤 내용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게 사실이다. 조사를 받으러 온 마당에 입장을 밝힌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화합을 당부하는 메시지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범죄혐의는 뇌물수수,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 무려 13가지나 된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모든 범죄혐의를 부인해왔다. 파면 후 사저에 도착해선 대변인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혐의가 있으면 소명하고 억울함이 있으면 풀어야 한다. 진실을 밝힌 후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떳떳하게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검찰조사가 박 전 대통령에겐 기회가 됐을 수도 있다. 검찰 역시 정치적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조사를 했을 것으로 믿는다.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마땅한 일이다. 검찰로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또 다른 고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소환은 외신들이 긴급뉴스로 타전할 정도로 국제적인 관심사다. 문제는 국가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오점으로 남는 수치스러운 뉴스라는 것이다. 국가나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어선 안 된다. 소환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그동안의 분열을 끝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소환되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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