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 분야에서 창의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전 세계의 정보는 공유되고 사람들도 연결돼 있어 새롭지 않은 것으로 이익을 얻기 어렵다. 한편으로 누구나 인터넷을 통하여 전 세계 시장에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자본 없이도 내놓을 수 있는 사업 환경에 살고 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기업가치가 2016년 7월 기준으로 81조에 달하는 것이 창의성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고 계발할 수 있는가. 다양한 길이 있겠지만 필자는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레오나르도는 모나리자, 천지장조와 같은 예술품뿐만이 아니라 탱크, 헬리콥터, 잠수함 등과 같은 기계 발명품들을 500년 전에 이미 발명했다. 그렇다면 레오나르도는 창의적인 예술가인가 아니면 과학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레오나르도는 예술가이면서 과학자다. 예술과 과학을 균형 있게 융합시켜 둘 모두를 창의적이도록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예를 들어보자. 그는 어떻게 모나리자의 살아있는 느낌과 신비로운 미소를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광학과 해부학에 있다. 레오나르도는 120권의 해부도를 남길 정도로 해부학에 조예가 깊었기에 세밀하게 얼굴 표정을 그려낼 수 있었다. 가슴에서 반사된 빛으로 어두운 턱 밑을 비추도록 해 살아있는 느낌을 준 것은 광학에 대한 지식 덕분이다. 레오나르도의 발명품 중에 동시대인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로봇과 유사한 기계 사자였다. 이 기계는 태엽에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동력으로 이용해 스스로 걷고, 뒷다리로 선 후에 앞 다리로 가슴에서 백합을 꺼내 선물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기계는 공연예술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술적 상상이 시대를 훨씬 뛰어넘는 창의적 기계를 만들도록 이끈 것이다.

그러면 창의적이기 위하여 현 시대 개인들도 레오나르도처럼 예술과 과학 모두를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는가. 물론 그럴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마도 보통 사람은 예술과 과학 모두를 깊이 있게 배우기가 어려울 것이고 초연결사회인 현대에는 그럴 필요도 없다. 예술가와 과학자가 연결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면서 다른 분야와 협업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고 소통하는 것이다.

필자가 속해 있는 연구팀은 뉴미디어 아티스트와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아티스트는 예술품을, 연구자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아티언스 대전 16`에 에서 창의성을 높여봤다. 아티스트는 뉴미디어아트 분야에서는 떠올리기 어려운 자기부상 과학을 작품 속에 넣어 큰 호응을 얻었다. 연구자들은 제품에 자기부상을 적용할 때 아티스트의 미적 상상을 더해 기술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제품을 구상할 수 있었다. 과학과 예술이 만나자 창의성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제트여객기 속도로 달리는 새로운 교통수단인 `하이퍼루프` 연구에서 동일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 기술에 집착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과감한 미래 지향적 목표를 제시하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과학들과의 협업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은 일찍이 예술과 과학의 시너지 효과를 인식하고 19세기부터 과학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데 힘써왔다.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강연, 전시, 서적, 신문 출판을 지원했다. 심지어 1980년대 이후에는 기존에 과학자들만 참석하던 학술대회를 일반 대중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과학축전으로 전환했다. 국가과학공학기술 주간을 설정해 전국 230여개 지역에서 1200건의 과학관련 행사도 갖는다.

이제는 기술제품 개발이나 과학기술을 연구할 때 초기부터 예술인도 연구원으로 참여해 창의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기업이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보다 신속하게 변신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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