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뺀 원내교섭단체 3당이 5월 대선 정국에 대선 날 개헌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먼저 최종 단일안을 도출한 뒤 국회 발의와 공고, 그리고 본회의 의결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아나가야 한다. 본회의 의결이 최대 고비일 듯 싶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의 반발 기류가 있는데다 당내 유력 대선 후보들이 탐탁치 않게 여기는 상황이어서 의원 200명 찬성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민주당내 개헌파 의원들이 가세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개헌 추진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현행 대통령제의 거듭된 실패 사례를 보더라도 권력구조 등 핵심 의제를 보정하기 위해선 개헌은 필요충분조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3당 주도의 개헌 추진 작업은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권력구조에 관한 부분으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에 중론이 모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밖에 기본권 신장, 감사원 독립기구화, 자치분권 강화 등이 논의된다고 하지만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는 낯설다는 느낌이 앞선다. 일견 합리적 시스템으로 보이긴 해도 이는 순수 대통령제와 유럽식 분권형 대통령제를 말하자면 `교배`한 것이나 다름 없다 하겠다. 이게 우리 정치환경에 착 들어맞는 옷이 될지에 대해선 예단하기가 까다롭다. 그만큼 생경하다는 인상이 짙으면서 한편에선 사실상 입법권력이 행정의 내치영역에까지 상시로 손길이 닿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우려 섞인 접근과 관점을 국민들이 공감하게 되면 국민투표에 가더라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한다고 가정했을 때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게 개헌안 효력이 미칠지 여부도 짚어볼 문제다. 현행 헌법이 보장한 5년 임기를 개정 헌법에 의해 침해 받는다면 신·구 헌법 간 충돌 논란이 빚어질지 모른다. 이를 방지하려면 대선 본선에 진출하게 되는 각당 후보들이 태도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 개헌안 찬반 투표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집중력을 요한다. 대선 날 대통령감 찍고 개헌안 찬반까지 찍게 하는 게 합리적인지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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