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미국프로풋볼(NFL) 최종 승자를 가리는 `슈퍼볼`이 지난달 끝났다. 이번에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슈퍼볼 사상 처음으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때 3-28까지 무려 25점차를 뒤지며 패색이 짙었던 상황을 극복하고 34-28의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썼다. 그 중심에는 통산 4번째 슈퍼볼 MVP를 수상한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가 있었다.

쿼터백은 팀의 공격을 직접 이끌거나 다양한 작전과 호출 신호를 책임지는 중원의 사령관이다. 축구에서 전체 게임을 조율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농구에서 경기를 주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포인트가드, 배구에서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도록 공을 올려주는 세터 등과 같은 플레이 메이커다.

플레이 메이커는 경기장에서 동료 선수들과 소통하며 순간순간 경기를 읽어 운영하는 선수다. 플레이 메이커의 능력은 공을 적절하게 공급해 경기를 지배하면서 승리로 이끌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관력, 판단력, 결단력 등이 정확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볼을 다루는 기본기가 뛰어나야 한다.

대표적인 플레이 메이커는 스포츠 경기에만 있을까. 필자는 플레이 메이커를 생각하면서, 몇 년 전 인상 깊게 본 영화 인턴(The Intern)에서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맡은 주인공 벤(Ben)이란 인물이 떠올랐다. 벤은 전직 부사장 출신의 70대 경륜자로 스타트업 기업의 인턴으로 재취업하여 30대 젊은 경영인에게 진정한 리더십을 깨우쳐준다. 그는 조직의 성공은 목표를 이루어 가는 그 자체에 있음을 강조하며, 함께 하는 직원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신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참된 리더십임을 강조한다.

플레이 메이커의 리더십에는 타고난 운동 신경, 경험적인 판단력과 결단력 외에도 훌륭한 소통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경기에 앞서 동료 선수들 개개인의 경기 특성은 물론 컨디션까지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경기 중에도 선수들과 말이 아니라 몸짓을 통해 신속 정확하게 볼을 배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은 동료로부터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휘될 수 있으며, 신뢰는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만들어진다.

과학기술의 사회와의 소통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한때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잘 모르는 대중의 이해를 얻기 위해 그들이 모르는 과학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또 대중을 상대로 데이터와 전문용어들로 소통하려고 했던 오류를 범했던 적도 있었다.

과학기술이 최첨단을 달릴수록, 그리고 거대화되고 복잡해진 과학기술의 구성물이 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이 보다 정치화되는 현대사회에서, 과학자에게 대중 소통이란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인 옵션이 아니다. 과학자는 과학 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발생 가능한 잠재적 위험성을 알리고 연관된 사회 문제들을 환기시켜, 사회의 일원으로서 과학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대중과의 소통이다.

이달 23·24일 양일간에는 대전 대덕컨벤션센터(DCC)에서 `2017 원자력 안전규제 정보회의`가 개최된다. 이 회의는 매년 한 차례씩 규제자와 사업자가 모여 원자력과 방사선 안전에 관련된 정책 방향과 현안 과제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토론을 펼치는 자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정책 기조와 방향을 설명하고, 필자가 속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비롯해 유관기관 전문가들은 관련 기술분야별 세션을 운영하게 된다.

이번 회의에는 지난해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증진 대책과 원전의 영구정지·해체에 대한 규제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소통과 정보공개를 통해 규제 투명성을 증진하기 위한 특별강연과 기술세션도 포함되어 있다. 그 동안 산·학·연·정부의 관계자들 중심으로 기술현안과 연구 성과 등을 논의했던 이 회의를 원전지역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자리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필자는 원자력 안전에 있어 직접 적용되는 과학기술 분야에 인문학까지 아우르는 이번 회의가 우리나라를 더욱 발전된 사회, 안전한 사회, 신뢰하는 사회가 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첨예한 논쟁들이 정반합을 이루고, 이런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신뢰가 한층 높아질 것이며 대중과 소통하는 원자력 안전의 플레이 메이커 층도 두터워질 것이라 믿는다. 김인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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