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은오리` 그녀를 만난 건 7년 전쯤이다. 저녁 7시만 되어도 캄캄했던 대전 중구 대흥동의 골목이 문화단체와 예술가의 유입으로 조금씩 불을 밝힐 즈음이다. 어느 날인가 20대 청년예술가들이 공동작업실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심확장으로 관공서와 사무실이 신도심으로 옮겨가고, 사람의 발길마저 뜸해진 원도심에 청년예술가들이 둥지를 마련했다는 희소식이었다. `옳거니! 드디어 원도심에도 청년 바람이 불어오는구나!` 대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단체 활동가로서 무작정 그들이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들과의 첫 만남은 기대와 더불어 안타까움도 컸던 것 같다. 도자기와 디자인을 전공한 선후배 4명이 함께 꾸린 작업실 환경이 녹록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앞에 두고도 찾기 어려운 입구, 쾨쾨한 지하공간에 어지럽게 놓인 작업도구들, 그들 역시 다른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임대료가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아 대흥동에 작업실을 구했다고 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마련했다는 공동작업실은 비록 열악한 조건이지만, 그들의 열정으로 가득했던 기억 또한 선명하다.

그 후로 7년, 4명이 함께 사용했던 작업실엔 모두 떠나가고 결국 미은오리 그녀 홀로 남게 되었다. 남미은 작가 홀로 남아 그녀의 이름을 딴 미은오리(미운 오리가 아닌)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물난리로 계획에 없던 이사를 하여 대흥동 끄트머리 조금은 동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프랑스문화원 대흥동 분원과 북카페 이데가 원룸에 밀려 사라진 것에 비하면 그나마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어쨌든 그녀는 첫 마음대로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알음알음 공방을 찾아주는 이들과 도자기를 만들며 대흥동 청년예술가로 살아내고 있다.

며칠 전 작업실에서 차 한 잔을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대흥동에서 7년의 삶을 돌아보며 점점 사라져가는 문화공간과 사람들 이야기로 착잡해했다. 최근 대전시가 청년정책네트워크 대청넷을 출범하고, `청년대전`을 선포하는 등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청년정책을 추진한다는데, 미은오리의 이웃이 생겨나는 정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덧 청년시절의 끝자락에 서게 된 미은오리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선택한 일은 삶에서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꿋꿋이 7년을 버텨냈고, 앞으로 그 열배는 더 버텨낼 생각이다." 대전에 수많은 미운 오리를 응원한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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