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광장의 촛불과 태극기가 할 일은 끝났다. 지난 3개월간 촛불과 태극기 집회는 자유민주주의의 장점을 최대한 누렸다. 하고 싶은 말은 다했다. 좋은 말도 자꾸 되풀이하면 잔소리가 되고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탄핵판결이 끝난 마당에 분풀이 하듯 탄핵불복을 외치며 헌법재판소를 모욕하고 사회혼란을 조성하는 행위는 용인하기 어렵다. 헌재는 헌정체제와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다. 헌재는 국민 모두가 지켜줘야 할 신성한 헌법기관이다.

촛불과 태극기 양쪽이 광장에서 계속 힘을 과시하면서 상대를 자극하는 과잉행동을 벌이게 되면 결국은 충돌로 이어지기 쉽다. 만약 충돌이 일어난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판이다. 과연 경찰력만으로 이걸 통제할 수 있나? 경찰력으로 안되면 그 다음엔 무슨 수를 써야 할 것인가. 혹시라도 국가비상상황을 유도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그들은 지금 억지논리로 탄핵불복을 선언하고 국민저항권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 90%가 탄핵환영인데 어떤 국민을 근거로 이런 말을 하나. 헌재와 언론, 특검, 국회를 향해 욕설과 막말을 예사로 하고 있다. 언론 취재진과 경찰에게 폭력행사도 서슴치 않는 정도다. 그들이 점거한 광장은 치외법권 지대인가. 상식적으로도 나이 든 어른은 좀 점잖은 것이 미덕인데 젊은이들 보기에도 낯 뜨거운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공권력이 가장 취약한 과도정부 시기에, 그것도 정권을 바꾸는 대선국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과도정부를 관리해야 할 황교안대행이 대선출마설에 휩싸여 행정부의 중심도 더 불안정하다. 혼란수습과 대선관리에 온 힘을 써도 부족한 판에 대통령대행의 대선출마 저울질은 이해할 수 없다.

국정의 모든 분야가 불안정하고 취약한 시기에, 보수-진보 양 극단세력이 질서유지에 협조하기는커녕 이를 이용하여 뭘 하겠다는 것은 민주시민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촛불은 박근혜퇴진과 탄핵인용을 주장해왔고 그들의 요구는 모두 이루어졌다. 더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한가. 촛불광장에 나온 수많은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분노해서 나온 사람들이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급진좌파 세력들이 마치 그들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양 설치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착각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정치권이 촛불민심을 수용하고 차기 정권이 이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사드배치 반대 같은 구호를 들고 나오는 것은 촛불민심 가로채기이며 촛불민심 모독이다. 군중집회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이런 것을 슬쩍 끼워 넣음으로써 대중적 공인이나 받은 것처럼 위장하려는 꼼수다. 이런 것이 안보우려 민심을 자극하고 혼란을 부채질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태극기 집회 또한 이제 끝내야 한다. 태극기 광장에 나왔던 많은 시민들은 최순실과 어울려 국정을 파탄시킨 박근혜를 옹호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 진보좌파의 안보경시와 극단적 주장으로 인한 불안감이 이들을 광장으로 끌어낸 것이다. 최순실 사건은 권력형 부패사건이고 그 뒤에는 분명히 박근혜대통령이 있었다. 헌재의 탄핵판결에 대해 국민의 90%가 환영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해괴한 논리와 억지주장으로 승복거부 운운하고 있다. 민심은 이런 선동에 결코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억지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민심 역주행은 이번 대선에서 진보 쪽의 승리를 더욱 굳혀주고 결국 보수정치의 몰락을 자초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탄핵이후가 빨리 정돈되고 이번 대선이 순조롭게 치러지도록 국민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지금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최순실 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더 이상 창피한 일을 벌이면 안된다. 순천향대 대우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