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운영하는 나는 평소 고교 졸업자들을 많이 채용하는 편이다. 부모를 돕기 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경우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취업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대부분의 고교졸업자들은 인성도 좋고 매우 성실하게 직장생활에 임하는 편이어서 나도 모르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그들 중에는 대학 졸업자들보다 뛰어난 기량을 뽐내는 이들도 있어 자연스레 대졸 사원들이 그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하는 등 회사 전체적으로 업무분위기가 선순환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싱가포르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싱가포르의 실업률이 2%대인 비결은 바로 경제환경과 산업특성에 교육시스템을 맞춰 인력을 양성한 게 주효했다고 한다. 대학진학률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학교교육과 산업현장이 따로 노는 우리의 현실과 대비되는 그들의 시스템이 무척 경이롭고 부럽게 느껴졌다. 어렵사리 진학한 대학을 졸업하고 그보다 더 어렵게 취업을 했지만, 평균 3년의 재교육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제몫을 하는 지금의 우리 풍토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지금 당장 취업을 하지 못해 실의에 빠져 있는 대다수 청년들에게 무언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길을 터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지난 연말, 대전상공회의소에서는 취업을 원하는 대전·세종지역 대학 졸업자와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지역기업에 취업을 원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우리 지역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을 희망 하는 학생의 비율은 58.8%로 매우 높은 편이어서 깜짝 놀랐다. 대전·세종지역에만도 대략 8330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있다. 이들 중 300인 이상의 중소기업은 145개, 정부로부터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된 기업도 다수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지역의 인재들이 타 지역으로의 취업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지역에서 기업을 하는 기업인으로서 몹시 안타까웠다. 더불어 이번 조사를 통해 구직을 원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홍보가 절실하다는 점과, 기업들 역시 지역인재 중심으로 채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꿈이지만 당장 실현할 수 없다면, 2-3년 중소기업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경륜을 먼저 쌓는 것도 방법이라고 청년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혹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인큐베이터냐고 반문하겠지만, 취업의 관문을 뚫기 어려운 엄혹한 현실을 비껴가기 위해서는 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몸은 비록 작은 개울에 있지만 바다를 향한 꿈을 잃지 않는 한, 언젠가는 그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성세대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경험을 청년들도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미력이나마 올해도 글로벌인재육성사업을 더 확대할 것이다.

교육계도 학생들에게 단지 교과서적 지식만이 아닌, 책임감 있는 인재로 육성하려는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만의 경제환경, 산업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능력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2017년 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바야흐로 사회 곳곳에 리셋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희원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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