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책꽂이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페르 홀름 크누셈 지음·정주혜 옮김)=`아기는 어떻게 태어나?`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당황하거나 막막한 기분이 든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이 어떻게 태어나게 됐는지, 내 동생이 어떻게 태어나는 건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이런 궁금증을 갖는 건 아주 당연하다.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어른들은 성교육을 부끄럽게 여긴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등의 답변은 아이가 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데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준다. 1971년 출시된 이 책은 특별할 때만 꺼내보는 책이 아니다. 가까이 두고 보는 평범한 책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성 연구가인 작가는 사랑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지 솔직히 얘기하고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간단하면서 따뜻한 시각으로 전달하고 있다.

1등 아니어도 친구가 될수있어요

◇달리기왕(이승민 글·최정인 그림)=이 책은 인간들에게 버림받고 동물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작은 개 또또의 이야기이다. 또또는 달리기왕이 되어야만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 믿으며 하루하루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한다. 하지만 세 번째 숲속 장애물 달리기 대회에서도 또또는 애꾸눈에게 지고 만다. 분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쓸쓸히 돌아서는 또또. 그때 애꾸눈이 또또에게 다음에는 달리기 대회가 아니라 그냥 함께 달리자고 얘기한다. 또또의 이야기는 맘껏 뛰어놀 나이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달리기왕이 되지 않아도, 1등이 되지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함께 즐기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꿈틀꿈틀·빙글빙글` 살아있는 자연

◇흙이야(미로코 마치코 글·그림)=모든 생명을 환하게 비추고 밝혀주는 커다란 태양이 잠자는 흙을 깨운다. 검정, 노랑, 갈색의 흙이 땅의 기운으로 일어난다. 물기를 머금은 뿌리를 깨우고, 지렁이와 함께 꿈틀꿈틀 빙글빙글 뒤섞이고, 신나게 춤추고, 솟구쳐 올라 하늘을 나는 흙. 이 책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시공을 넘어 이어져온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흙의 움직임을 통해 과감하고 힘이 넘치는 그림으로 풀어냈다. 작가는 웃고, 울고, 찡그리는 다양한 표정의 흙들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짧고 간결한 글과 거침없는 그림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 속 무한한 생명의 힘찬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강렬한 그림의 면면에 숨어 있는 섬세하고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다. 평소에 늘 보고 있지만 사실 제대로 보고 있지 않은 존재인 흙. 작가가 이끄는 대로 흙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길어진 꼬리로 나쁜 도둑 잡을테야

◇꼬리 꼬리 꼬꼬리(키소 히데오 글·그림)=창의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창조적인 성인일수록 어릴 때 더 높은 수준의 상상놀이를 했다고 한다. 아이의 창의성 계발을 위해 가정에서 상상놀이와 역할놀이를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이 책은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상상놀이와 역할놀이를 손쉽게 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생쥐는 엄청 길어진 꼬리로 하마의 아픈 이빨을 뽑아주기도 하고, 키가 너무 커서 친구들이랑 얘기하기 힘든 기린과 실전화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쁜 짓을 하는 도둑을 꼬리로 돌돌 감아서 잡기도 한다. 자유스러운 상상놀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창의성을 키워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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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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