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서양에서 수리가 끝난 구두를 길가 창가에 전시하여 주인이 쉽게 찾아가도록 하는 데에서 시작된 `디스플레이`는 오늘날 쇼핑센터나 백화점과 같은 곳의 쇼윈도에 상품을 전시하는 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이 일을 하는 사람을 `디스플레이어`라고 하는데 이들의 작업 목적은 쇼윈도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이 아니고 시대적 트렌드나 고객의 취향에 따라 눈에 잘 띄는 창가에 물건을 전시하여 구매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판매량을 높이는데 있다.

서양에서는 디스플레이 기법이 발달하여 독자적인 예술영역으로도 발전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상업적 이윤 창출이라는 본질적 목적이 디스플레이의 특성이라 하겠다.

그래서 디스플레이는 공간 예술이나 시각 예술과 다르며 아름다움이나 특정 주제에 따라 장식하는 인테리어와도 다르다. 디스플레이는 그러한 것보다는 오히려 광고 예술의 일종이라 하겠다. 전문용어로 어포던스(affordance)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어떤 행위를 하게끔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즉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아함, 산뜻함, 귀여움, 참신함, 개성미 등등을 느끼게 하여 그 상품과 동화되도록 유도한다. 이를 `진열장 효과`라고 하는데 디스플레이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기능이다. 그래서 디스플레이를 잘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나 심리학에 관한 이론 및 공간예술 또는 장식예술의 기법을 알아야 하지만 동시에 고객들의 소비성향과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가져야 한다.

주로 고급 부띠끄,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등에서 작업을 하는 디스플레이어는 먼저 진열 공간의 기본적인 색조를 결정하고 이에 맞추어 마네킹, 옷감이나 종이 또는 식물 등의 장식 재료를 선택하여 디스플레이를 한다. 색깔과 형태의 조화, 적절한 볼륨 구성, 조명의 밝기 등을 통해 상품을 최적의 위치에서 가장 값어치 있게 보이도록 하여 고객이 심리적으로 동화되어 순간착각을 일으키도록 한다. 상품을 구매하는 순간, 자신이 쇼윈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어에게 예술적인 창조성 못지않게 심리 현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쇼윈도의 역할이 사회변화와 더불어 바뀌면서 디스플레이 방식도 변하였다. 원래 쇼윈도는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통로와 같아서 고객을 매장으로 들어오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쇼윈도가 거리 풍경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를 잡게 된 이유이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형태가 직접 물건을 판매하던 방식에서 이미지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자 쇼윈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직접 상품을 광고하는 방식에서 매장이나 기업의 이미지를 광고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디스플레이어의 작업공간도 길거리 쇼윈도에서부터 실내 공간으로 확대되었다.

오늘날 디스플레이어가 되고자 한다면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예술적 심미성을 고객의 소비심리나 관심 사항과 연결할 수 있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또한 여러 가지 연장과 도구를 사용하여 작업하기 때문에 기계에 대한 이해가 빨라야 하며 어느 정도 체력과 인내심은 물론이고 책임감과 추진력도 갖추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디스플레이어에 대해 전문적인 시각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적인 디스플레이 전문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대개 디자인 관련 회사나 백화점 등에 취업하여 인테리어나 공간디자인 등의 일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디스플레이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국가 자격증은 없는 상태이며 시각디자인 자격이 있지만 디스플레이와는 별개의 자격이라고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예술, 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 및 공학적 지식의 융합적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미래의 새로운 직업 분야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직업정보시스템의 자료에 의하면 디스플레이어의 연 평균 수입은 2980만 원 정도로 많이 받는 경우에는 3555만 원 정도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앞으로 문화 수준이 향상되면 수입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윤세환 청소년 라이프 디자인센터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