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랩걸(호프 자런 지음·김희정 옮김·신혜우 그림)=위대한 의사 올리버 색스와 인문학적 자연주의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부재를 아쉬워하던 독자들에게 저자인 호프 자런은 좋은 글을 쓰는 과학자의 등장으로 평가받는다. 과학자를 꿈꾸던 소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닥친 사회의 높은 벽을 온몸으로 겪어내면서도 자연과 과학을 향한 사랑과 동료에 대한 믿음으로 꿋꿋하게 연구자의 길을 걷는다. 한 명의 과학자가 되는 이야기는 마치 한 그루 나무의 성장을 지켜보듯 조마조마하면서도 매순간 즐겁고 경이롭다. 알마·1만 7500원·412쪽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하지현 지음)=저자는 작은 진료실 안에서 세상이라는 큰 파도에 자신의 삶이 휩쓸려 갈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진료실 밖 세상의 변화가 사람 개개인의 마음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어떤 마음의 상태에 있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다. 넓은 프리즘 안에서 다양한 지점에 다양한 모습으로 서 있는 우리의 모습과 집단으로서 우리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문학동네·1만 4000원·248쪽

◇잊을 수 없는 외투(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칼 헌터, 클레어 헤니 사진·이유림 옮김)=어느 날 아침 리버풀 근처 부틀에 자리한 줄리의 학교에 두 아이가 나타난다. 햇볕 쨍쨍한 한여름에 털이 달린 외투를 입은 두 아이는 몽골에서 온 칭기즈와 네르구이 형제. 마치 선생님과 힘겨루기라도 하듯 건방지기 짝이 없는 태도의 칭기즈와 말이 없는 네르구이. 화장품과 좋아하는 남자애한테만 관심 있던 평범한 아이 줄리는 갑자기 나타나 생소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방인에 온통 마음이 끌린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잊기 어려운 정서적 울림을, 다시 읽으면 모든 감정선이 명쾌하게 들여다보인다. 논장·1만 1000원·128쪽

◇클라라 죽이기(고바야시 야스미 지음·김은모 옮김)=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길을 잃고 헤매던 도마뱀 빌은 어느 새 낯선 곳에서 정신을 차리고 클라라라는 소녀와 노인을 만난다. 그곳은 이상한 나라나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세계 `호프만 우주`다. 빌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존재를 알고 있는 클라라와 노인. 그들은 빌이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더 잔혹해진 묘사와 섬뜩할 정도로 타인의 감정에 무심한 등장인물들은 가장 기발하고 중요한 트릭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미 알고 있다는 믿음이 전복될 때의 전율은 독자의 즐거움으로 남을 것이다. 검은숲·1만 3500원·360쪽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김옥림 지음)=속담 중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한번 습관을 들이면 그만큼 고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 번 들인 습관은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그 예가 바로 말버릇이다. 이 책은 말실수의 교훈을 토대로 대화의 실전 기술을 익히는 책이다. 막말을 일삼다가 공든 인생을 하루 아침에 무너뜨린 이의 실화, 잘못된 말버릇을 고침으로써 성공을 거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주제별 에피소드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읽기 편하도록 구성돼 있다. 팬덤북스·1만 2000원·196쪽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린디 웨스트 지음·정혜윤 옮김)=이 책은 여성혐오와 비만혐오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고착화되었는지 일깨워 준다. 여성차별에 대항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끈 개인적인 승리의 기록이지만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페미니즘 운동의 한걸음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유머와 페이소스를 섞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또 모든 몸이 똑같이 존중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과 증오, 외로움 등을 헤쳐 나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종서적·1만 5800원·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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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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