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의 등장인물 제갈량은 천재의 대명사다. 많은 천재들의 꿈이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를 개발하는 것이듯 그의 꿈 중 하나도 자동차의 발명이었다. 삼국지에는 제갈량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군량을 실어나를 수 있는 목우와 유마를 발명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설에서처럼 실제로 스스로 움직이지는 않았겠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은 자동차를 동경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수천년간 말이나 소 같은 1차 동력에 의지하던 인간은 200여 년 전에야 겨우 2차 동력을 사용하게 됐다. 1770년 프랑스 육군 대위 조셉 퀴뇨는 증기기관 자동차를 최초로 만들었다. 대포를 수송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말보다 실용성이 떨어져 실제 사용되지는 않았다. 2.5t이나 나가는 무게에 속도도 시속 4km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무겁고 고장이 잘나는 증기기관 자동차가 지지부진 한 사이 3차 동력인 전기를 활용한 자동차로 관심이 옮겨갔다. 영국의 발명가 토마스 파커는 실용적인 전기차를 1884년 선보였다. 독일의 칼 벤츠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내놓은 1886년보다 오히려 빨랐다. 100년 전인 1917년 세계 자동차의 대세는 전기차였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가솔린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내는 매연도 없고 진동과 소음이 덜하며 기어 조작도 필요 없어 전기차는 상류층의 상징이 됐다.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원유가 발견돼 휘발유 가격이 폭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뜩이나 무거운 배터리, 긴 충전시간 등 약점이 있었는데 유지비 경쟁에서도 밀리니 사람들은 냄새 나고 시끄러운 내연기관을 선택하게 됐다. 전기차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건 1990년대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부터다. 특히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004년 리무진 대신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타나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친환경`이란 키워드는 전기차 시대에 다시 시동을 거는 열쇠가 됐다.

기술발전으로 충전 문제도 해소됐고 대당 2000만원 안팎의 금액을 지원하는 국가와 지자체 보조금 덕에 휘발유 차량과 가격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게 됐다. 최근 전기차 구입 지원사업을 신청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전국 지자체가 몸살을 앓기도 했다.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트램이 달리는 때가 오면 대전의 대기질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할 것이다. 노천카페에서 느긋하게 석양을 즐기는 유럽 어느 관광지의 풍경이 대전에서 펼쳐질 날을 기대해본다.

이용민 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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