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는 코알라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이다. 코는 길고 얼굴은 좁으며, 긴 타원형의 귀가 있다.

캥거루의 가장 큰 특징은 뛰는 모습과 앞주머니이다. 캥거루의 유연한 인대와 근육은 스프링과 같은 작용을 해서 뛰어다닐 때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한 번에 점프하는 거리가 5-8m 정도이지만 최대 13m까지도 점프하는 경우도 발견된다고 한다.

암컷 캥거루들의 아랫배 앞에 있는 육아낭도 독특한 캥거루를 상징한다. 출산 직후에 새끼는 앞발만을 이용해 주머니 같은 모습의 육아낭 속으로 기어 올라간 뒤 육아낭 속의 젖꼭지에 달라붙어서 자란다. 새끼들은 이 주머니를 벗어난 후에도 한동안은, 어미주변을 떠나지 않고 주변을 맴돌며 위험시 어미에게 돌아와 도움을 청한다.

이 육아낭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 한국사회에서는 청년실업 등 부정적 의미로 `캥거루족`을 많이 사용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청년층을 일컬어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학교 졸업 후에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청년들의 힘든 현실이 반영된 웃지 못 할 얘기다.

취업에 성공한 다른 이들처럼 출근도하고 가끔은 야근도하고 싶지만 현재의 고용여건 속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캥거루족`이 되고 싶지 않음에도 일부 청년층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취업 후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싶어도 본의 아니게 `캥거루족`이 되면 `먼 나라`이야기로 느껴진다.

비좁은 관문을 통과해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결혼과 전셋집이라도 장만하려면 부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집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경기침체는 장기화되고 있다. 캥거루족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가슴 아픈 세태의 단편이다.

지난해 성인남녀 1061명을 대상으로 `캥거루족` 체감 정도를 조사했더니 `자신을 캥거루족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6.1%가 `그렇다`고 답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홀로서기 어려운 현실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조만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선후보군만 해도 줄잡아 10명에 이른다. 그동안의 대선도 그렇고 이번 대선 후보군도 일자리와 복지 등 저마다 야심찬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의 청년층, 나아가 머지않은 미래의 청년층은 대선 후보군의 굵직굵직한 어젠다보다 `캥거루족`이란 신조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그런 사회를 희망할 것이다. 맹태훈 충남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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