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에게 듣는다] ③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현재로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질주하고 있으며,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재수생이지만 당시 1469만 표를 얻어 직전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보다 더 많은 표를 받고도 낙선했던 만큼 대세론을 등에 업은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다.

하지만 대세론이 꼭 유리한 것 만은 아니다. 모든 경쟁자들에겐 공공의 적이요, 유권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혹독한 검증과 날카로운 비판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다.

특정 현안에 대해 선명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부자 몸조심`이라고 비판 받는다. 개헌과 관련된 논의구조에 국민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며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사드(THAAD) 배치 결정 여부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 등을 내놓았을 때 무수한 반박 논평이 쏟아졌던 게 단적인 예다. 반대로, 무언가 구체적인 입장을 피력하거나 집권 후 구상에 대해 비전을 제시할라치면 이번엔 `다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을 수밖에 없는 게 선두주자의 숙명이다.

문 전 대표는 대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검증과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원칙과 비전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오히려 혹독한 검증은 향후 집권시 국민들에게 더 이상 좌절감을 주지 않고, 국정을 더욱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내공을 더해주리라 여기는 눈치다. 그는 정권교체를 통한 적폐통산의 적임자이자 이미 준비되고 검증된 후보, 그리고 새로운 통합을 제대로 완수해 낼 리더라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대담=송신용 서울지사장

다음은 문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번 대선의 의미는?

"이번 대선은 구악과 부패의 시대에 이대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낡은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울 것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다. 국민의 힘으로 반드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적폐청산, 국민통합, 정권교체에 왜 문재인이어야 하나.

"탄핵이 인용되면 정권인수 기간도 없이 바로 국정을 맡아야 한다.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면 대혼란이 발생한다. 저는 참여정부에서 국정을 운영해 봤고, 지난 대선 이후 5년간 더 치열하게 준비했고 혹독한 검증도 이미 마쳤다. 전국 어디서나 지지받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발전하는 지방분권의 시대를 열겠다."

-다른 야권 주자들은 공히 `더 좋은 정권교체`를 강조하고 있는데.

"국민은 이미 정권교체를 결정했지만, 국정농단 세력이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번 대선은 마지막까지 적폐청산을 원하는 국민과 국정농단 세력의 피를 말리는 승부가 될 것이다. 민주당 후보 간 경쟁이 `더 좋은 정권교체`를 만드는 과정이다. 경선 승패를 떠나 모든 후보들과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루고 새 정부 운영에도 함께 할 것이다."

-확장성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는다.

"확장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지지율 1위 후보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 주자들의 지지율을 합하면 60%에 이른다. 경선이 끝나면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과 손잡고 당의 힘을 한데 모아 압도적인 지지로 정권교체 이룰 자신이 있다. 앞으로 계속될 영입 인사들의 면면과 선대위 구성을 통해 확장력과 포용력, 분명하게 보여드리겠다."

-패권주의 우려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달라.

"문재인이 두려운 분들의 해묵은 주장이다. 모든 지역에서 폭넓고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를 패권주의라 말하는 것은 결국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친문`은 있을지언정 권력을 휘두르는 패권주의는 없다고 분명히 말씀 드린다. 다음 정부는 대통령과 친인척, 측근 참모 모두를 수사대상으로 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고 `인사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해 비선정치를 철저히 뿌리 뽑을 것이다."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안 지사를 평가해달라.

"전국에서 저와 안 지사의 지지율이 함께 오르고 있다. 민주당의 외연이 확장되고 정권교체에 대한 확신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안 지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갈 저의 동지다. 충남을 넘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한 빅텐트론이 아직까지 유효한 것 같다.

"이번 대선은 국정농단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선거다. 박근혜 정권과 함께 했던 기득권 세력과 적당히 손잡고 타협하는 정치는 어떤 명분도 없다. 국민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국민이 바라는 개헌은 정치인들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적폐 청산, 대한민국 개조라는 촛불민심을 완성하는 개헌이다. 권력구조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분권,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 공론을 모아야 한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방안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개헌연대`를 추진하는 모양새고, 당내 개헌파의 동조 움직임도 있는데.

"지금은 탄핵도 안 됐고, 특검 연장도 안 된 상태다. 국민들은 이를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는데, 정치권도 이에 힘써야 할 때다.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고 정치인을 위한 개헌논의를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개헌 논의 자체도 국민들의 폭넓은 참여가 필요하다. 정치인들끼리 모여 개헌의 내용과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한 오만한 일이다. 정치인을 위한 권력구조에만 급급한 논의는 안 된다."

-안보 분야에 대한 공격이 많다.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은 변화 없나

"사드 문제는 성급히 찬반 결정을 하기보다 다음 정부의 외교적 카드로 남겨두는 것이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는 미국의 공화, 민주 모든 정부와 동맹관계를 이어가며 북핵 문제에 공동 대처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 국회 논의 등 공론화의 과정을 밟고, 미국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 관련국들과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국익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다. 사드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복안을 가지고 있고, 자신도 있다."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듣고 싶다.

"입법권, 행정권, 재정권, 인사권, 복지자치권을 포함한 강력한 지역분권이 지방을 살리는 길이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줄이는 길이다. 특히, 지방재정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히 재정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중장기적으로 6대 4로 조정하고, 중앙정부가 결정권을 갖는 현행 국고보조금제도를 `포괄보조금제도`로 개편해 각 지역의 자율권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복지사업에 대한 국비 부담을 대폭 상향해 지자체의 복지 부담을 줄여야 한다. 지역으로 이전한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함께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인구 수만 명의 자족도시를 만드는 `혁신도시 시즌 2`를 추진해 지역경제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세종시의 합리적 발전 방향은?

"세종시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면서 충청권 발전 효과가 반감된 점이 무척 아쉽다.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 충청권 전체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이전하고, 국회 분원 설치로 행정 비효율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세종시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행정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만들어야 한다."

-유력주자로서 실천가능한 약속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해도, 평소 충청에 대한 정책제시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충청권역으로 묶여 있지만, 대전·충남·충북의 현안과 발전 비전은 다르다. 각 지역의 상황에 맞는 발전 비전이 필요하다. 대전은 과학기술의 메카다. 대전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산업이 결합되어야 한다. 첨단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해서, 과학벨트가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당의 안희정 지사가 추진하는 3농 혁신은 충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농·어업의 발전 모델이다.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역이 충남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무분별하게 완화한 수도권 규제를 원상복구해서, 충남의 지속적인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충북은 교통 인프라의 획기적인 확충이 중요하다. 충북이 중부권의 중핵 경제권역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충북지역의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충북지역의 발전뿐 아니라 국가 X축 교통망을 구축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충청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지난 대선에서 충청도민의 마음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모두가 저의 부족함 때문이었다. 지난 5년간 치열하게 준비했고 충분히 검증받았다. 충청도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정성껏 마련 중이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도민들을 찾아뵙겠다." 정리=송충원·사진=신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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