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유신`이 있던 1972년, 가요계에서 라이벌 대결로 `남진`과 `나훈아`의 경쟁은 지금까지도 화두가 되고 있다. 그 때 `남진`이 제대하면서, `록앤롤의 왕`으로 불리던 엘비스 플레스리의 복장으로 컴백무대에서 불렀던 `님과 함께`의 첫 구절인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는 일반 대중들의 욕구에 딱 맞는 가사였다.

인간의 가장 큰 욕구인 내 집을 갖으려면 우선 대지가 있어야 하는데 `푸른 초원`의 대부분 그린벨트이고, 대지의 필수요건인 3m 이상 도로에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생활용수를 처리하기가 힘들고, 전기 통신 등 설비의 인입(引入)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림 같은 집을 지으려던 욕망을 버리고, 아파트 단지로 돌릴 수밖에 없다. 이는 주택이 주거 가치도 중요하지만, 재산으로 가치도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으로 점차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대지를 마련한 건축주들이 주택을 지으려 할 때 건축가에게 처음에 요구하는 `그림 같은 집`에는 대체로 세 가지 공통적 요구사항이 있다. 첫째는 오픈형 거실로 휘어져 올라가는 계단을 설치하고, 둘째는 서양 중세풍 벽난로의 설치, 셋째는 화려하고 은은한 장식의 넓은 화장실이다. 그러나 막상 설계 단계로 들어가 보면, 열린 계단은 열효율관리 면에서 불리하고, 실내계단을 설치하려면 두 개 층에서 면적을 차지해 난감하다. 또 고전영화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하는 큰 규모를 원하는데 이는 규모가 200-300평 이상의 저택에서나 설치 가능할 것이다. 둘째로 벽난로 중에도 러시아식인 페치카의 설치이다. 이는 공기를 순환 시켜주는 댐퍼(공기조절판), 연도 등을 설치해 본 경험이 대부분 없고, 연료인 장작의 공급이 힘들어 결국 모양새만 설치하거나 주철제 기성제품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결국 우리 고유의 난방인 온돌을 주 난방형식으로 하고, 벽난로는 보조 수단이 되고 만다. 화려한 화장실의 경우 나만의 공간을 소유하려는 의도는 좋으나, 규모에 비해 위생기구와 시설비가 만만치 않고, 자칫 규모가 좀 커지면 다용도실로 전용될 가능성이 많아 포기하고 만다. 여성잡지나 건축서적에 소개된 주택 사진을 보고 비슷하게 연출하려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그 책안에 답이 나온다. 같이 제시된 시공단가를 비교해보면 나의 예산보다 서너 배 정도는 들어간다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건축 설계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으로 시작해 합리적인 설득을 통해 생각을 축소시키는 작업으로, 이러한 대안을 법규에 맞게 다듬어서 도면화 하는 것이다. 그래서 꿈을 다듬고 현실화 시켜 설계를 마치고나면 옆집과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건축의 3대요소인 구조, 기능과 미를 수용하면서, 언제나 나는 `그림 같은 집`을 설계할지 스스로 궁금하다. 유병우 (주)씨엔유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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