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비밀리에 살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어로 어세스네이션(assassination)이다. 어세스네이션은 아랍어 하시신(hashishin)에서 유래했다. 하시신은 마약의 일종인 하시시를 먹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11세기 말 하산 사브라가 페르시아에 소수정예의 비밀 결사대를 조직한 후 이들에게 하시시를 먹인 뒤 정부요인을 암살하면서 그 어원이 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암살 사건으로는 프랑스 혁명기의 마라, 미국 대통령 링컨,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 미국 대통령 케네디 암살 사건 등이 있다. 암살은 주로 총으로 저격하거나 독극물을 먹여서 죽이는 등 은밀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테러와는 다른 범주로 분류하기도 한다.

지난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독성 물질 공격을 받아 숨졌다는 점에서 암살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보당국은 이번 암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이후 내린 `스탠딩 오더`에 따른 암살로 추정하고 있다. 스탠딩 오더는 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지시를 말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도 북한 배후설이 굳어지고 있다.

이번 수사를 맡은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부청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신병을 확보한 리정철(46) 외에도 도주한 남성 용의자 4명의 국적이 모두 북한이라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도 21일 국회 보고자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했다고 적시했다. 정부가 김정남 암살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제 정부는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이복형마저 잔인하게 암살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공식적으로 집권한 이후 자신의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해 걸림돌이 될 만한 인물들을 잇달아 처형하는 공포통치를 해왔다. 2013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잔인하게 처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공론화해야 한다. 북한이 이번 암살을 계기로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외교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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